제1호 연구조합인 필름컨덴서연구조합의 제1호 개발품목인 MF(금속증착 필름 )컨덴서 래핑머신은 어떻게 개발됐는가.
"기술개발만이살 길"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70년대 말은 국내기업들에게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던 시기였다. 일본 기술 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모방하면서 경험을 쌓아 온 국내기업들은 경쟁이 심화 되면서 자체 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고 시장환경의 변화는 해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요구를 더욱 재촉했다.
70년대말 필름컨덴서 업계의 최대관심사는 MF컨덴서의 개발이었다. AC업계 .DC업계를 막론하고 MF컨덴서 개발은 20년 역사의 한국 필름컨덴서 산업사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라고 할 수 있었다.
서진전자도필름컨덴서업계에서 MF컨덴서의 사업화에 가장 의욕을 가지고 있던 회사중 하나였다.
이회사 이진홍사장은 79년 MF컨덴서 생산을 위한 장비구입을 목적으로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결국 이사장이 12만달러어치의 MF컨덴서 일관공정 1개라인 도입에 성공한 것은 일본이 아니라 유럽, 핀란드의 헬싱키에서였다.
"테이핑기.용접기.와인딩기.래핑기등의일관생산라인이 들어오자 동종업계에 서 단연 화제가 됐다. 당시 국내에서는 유일하다시피 한 이 장비들은 많은업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중에서도 마스킹기(래핑머신)는 동종업계의 선망 의 대상이었다." 이사장의 말이다.
82년필름컨덴서 연구조합이 출범하면서 그동안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였던MF컨덴서 관련 장비개발이 첫 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연구조합 출범의 주도멤버였던 서진전자는 결국 MF컨덴서 래핑머신 공동개발 을 위해 자사가 보유한 기계를 공개하기로 결정,조합에 이 기계를 "기증" 하기에 이르렀다.
서진전자를 포함 진영전자.C&S상사등 3사에서 각각 1명씩의 엔지 니어들이차출됐으며 불과 1년만에 국내기술진에 의한 자체제작이 이루어졌다.
서진전자는 이 기계를 몇만달러씩이나 주고 들여왔으나 자체제작으로 3백만 원이라는 저가에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 개발에 참여한 3사외에 신성무역.선 일전자가 기계를 구입했다.
서진전자 이진홍사장은 이 일을 필름컨덴서업계에 몸담은 이래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일이라고 회고했다.
필름컨덴서연구조합의 첫 사업은 서진전자의 "희생(?)"위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필름컨덴서 연구조합의 이후 프로젝트를 일람해 보자. 성문전화학과 조합이 공동주관한 메틀라이즈드 필름(MF)개발(85~87), C&S상 사와 과기처및 조합이 공동주관한 극소형 컨덴서개발(87), 서진전자.진영 전자.C S상사 주관의 UV레진개발(87~), 진영전자.서진전자.신성무역.C&S상사 .조합 주관의 적층칩컨덴서개발(88~)등이 필름컨덴서연구조합의 전부다.
MF개발은성문전화학(현성문전자)과 KIST의 공동개발을 명목상으로만 조합주관으로 등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때 나머지는 모두 C&S상사 일개 기업의 프로젝트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결국마지막 프로젝트가 돼 버린 적층칩필름컨덴서 개발과정에서 공동개발과 는 거리가 먼 편중된 프로젝트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C&S상사가 부도를 내고 몰락하는 운명에 처하자 존립 기반을상실한 연구조합은 90년 6월 조합 사무국장을 포함한 전직원의 사퇴와 사무 실폐쇄라는 파란을 일으키며 공중분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하기에 이른다. 적층칩필름컨덴서는 언젠가는 해야 할 차세대 품목중 하나이다. 전자 부품의 칩화.소형화추세에 필름컨덴서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연구조합의 적층 칩필 름컨덴서개발은 1차연도 개발로 중단된 상태다. 2차연도인 웰딩머신 개발과 정에서 조합은 "해체"됐으며 1차연도에 개발해 놓은 와인딩머신은 서진 전자 가 "보관"하고 있다.
지금도필름컨덴서연구조합은 과기처 등록 제1호 연구조합으로 서류상으로는엄연히 존재하는 법인체다. 물론 사무실도 연구활동도 없다.
그런가운데 또다른 컨덴서연구조합의 설립이 요즘 한창 추진되고 있다.
과거를돌이켜 보는 것은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풍토"가 고쳐지지 않는 한 "업계 공동이익" 이라는말은 한갓 구호에만 그칠 것이라는 게 과거 연구조합에 몸담았던 이들이나 외면했던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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