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고의 품질대상 말콤 볼드리지상 수상 모토롤러

미국 최고의 품질 대상인 말콤 볼드리지상을 수상한 모토롤러. 최대 규모의 통신기기업체로 세계 각국에 지사및 공장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산하 공장을 대상으로 ISO-9000인증 획득을 독려하고 있다. 수출을 위해서는 불가 피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세계 50여국의 품질 인증규격을 획득하면서 "품 질 일본"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NEC. 이 회사도 지난해 별도의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고 ISO-9000인증을 획득했다. 영국 통신기기업체가 NEC의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ISO인증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금성사는 지난해초 ISO-9000인증을 획득했다. 영국에 수출하는 팩시밀리에 대해 바이어가 이 규격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음은 뻔한 일이다. 현대중전기는 북미 지역 수출 을 확대하기 위해 캐나다에 전력용 변압기를 공급하려 했지만 전력청의 입찰 자격이 ISO-9000 획득업체로 제한 되었기 때문에 역시 지난해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말 제네바에서 1백15개국의 대표가 참가해 7년을 끌어 왔던 우루과이라운드 UR 가 타결됐다. "자유무역"이라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 했다는휘황한 표현이 구사됐지만 사실은 다르다. UR의 타결은 강대국들간에 은밀히이루어지고 있는 경제 블록화.무역 장벽화의 "위장 분산"이라고 받아들 여야한다는 논리가 엄존한다. UR는 철저히 국가간 "힘의 논리"가 관철된 협상이 었다. 경제 규모면에서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등 유럽 의 협상이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UR를 통해 "자유 무역 기조"를 탄생 시켰다고 강조 하지만 그 속에 "보호무역의 칼"을 숨겨놓고 있다. 인증 규격, ISO-9000으로 대표되는 품질규격 장벽이 그 한 예이다.

각종품질 규격은 속성상 "양날의 칼"이다. 산업 표준화에 따른 국가간 기업 간의 교역 신뢰성 향상은 분명 "자유 무역"을 촉진하는 방편이 된다. 그러나 규격 인증을 전제로하는 것은 옷만 바꿔 입는 "보호 무역 장벽"이다.

지난92년부터 우리 업계에 몰아친 ISO-9000 태풍은 "보호 무역의 칼" 로 인식됐고 또 실제로 그렇게 작용했다. 이 칼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 되는 것은아니다. 모토롤러나 NEC도 직면해 있다. "나"를 제외한 "모두"에 해당한다.

제네바의"축배" 가 끝나기도 전에 "그린 라운드"가 대두되고 있다. 그 선봉 에는 역시 ISO가 서 있다.

환경문제는 최근 이슈가 된 인류 공동의 과제이다. 핵 문제 정도가 환경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개도국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장벽이 생겨나고 있다.

ISO는올해를 기점으로 그 무게 중심이 기존 9000시리즈에서 18000으로 옮겨갈 것이 분명하다. 18000은 오는 96년 시행을 목표로 ISO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규격이다.

기업활동으로 유발되는 환경 오염을 사회적 경제적 차원에서 사전 방지하자 는 취지로 제정되는 18000시리즈는 몇가지 분명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

첫째,기존의 품질관리를 한차원 높여서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각종 환경 오염을 사전 에방할 수 있는 관리체계와 요건을 만들고 둘째, 제품공정 서비스의 환경영향 관련 요소 평가 셋째, 이를 고려한 제품 설계에서부터 기업의 환경 표준화 수준까지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모든 기업활동을 환경 차원에서 감시 평가하는 종합적인 규격 이라고 할 있다.

18000시리즈가더욱 중요한 것은 9000시리즈의 경우 규격을 획득하지 못하면해당 제품의 수출에 타격을 받지만 18000은 아예 해당 기업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수출길이 막힌다는 점이다.

특히 18000시리즈가 제정.시행된다면 상대적으로 환경 문제에 소홀했던 우리나라와 같은 개도국 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들이라 하더라도 아직도 무단 폐수 방류나 분진 방기등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내기업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개도국 기업들은 기업운용 시스팀에 관한한 선진기법을 수용 소화해 내고 있지만 환경 문제까지 고려한 운용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고 경쟁력도 나름대로 탄탄하다고 하는 자동차 나 가전에서 프레온 가스 사용 금지에 따른 CFC(대체 냉매) 개발 사용문제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상황 에서 ISO라는 이름으로 설계에서 제조 사후 유지관리에 이르기 까지환경이라는 "돋보기"를 들이댈 경우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이미수년전 부터 환경에 관심을 보여온 미국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볼보NEC등 유럽및 일본의 주요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상, 환경관리 시스 티팀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은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ISO가제정을 추진중인 18000시리즈는 크게 7가지의 주제별로 엄격한 기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관리스팀환경 라벨링 환경성과 평가 수명주기평가 환경 감사 용어및 정의 제품 표준의 환경적 측면등이 주요 주제이다. 이 가운데 환경성과와 수명 주기 평가를 제외한 나머지 5개 분야는 95년까지는 규격 제정이 완료되고 96 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규격 제정 작업에 국내업체들의 의사나 입김이 작용할 소지도 거의 없다. ISO-9000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의 목 줄을 죄는 규격이 만들어지는 데도 우리는 전혀 손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시행일까지불과 2년이 남았다면 준비 기간으로는 너무 촉박하다. 미국 유럽 에서는 이미 착착 사전 준비에 돌입해 있는데 우리의 대응은 정보 파악 수준 에 머물러 있다. 9000시리즈에서와 같이 혼란과 다급함으로 갖가지 부작용을 낳을 것은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ISO는 이제 9000 시리즈와 18000시리즈 2개의 주요 분야로 나뉘면서 강력한 무역 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제품설계에서 생산 관리 서비스를 포함하는 9001에서 9003까지가 이제껏 우리기업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돼왔던 "현재형"이었다면 18000은 미래형 으로 존재한다.

올해말까지전 세계의 ISO-9000시리즈 인증 획득 업체는 3만개를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18000시리즈도 제정후 2~3년내에 적어도 수천개의 기업이 이를 획득하게 된다.

9000시리즈가단순히 유럽지역의 수출을 위한 방편으로 혹은 품질 경영 효과 의 극대화를 위해 이용됐다면 18000시리즈는 수출업체의 사활적 이해가 걸리게 된다.

유럽 통합에 따른 규격 통일은 이제 전세계로 파급되고 있다. 특히 이것이선진국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 규제로 작용하는 무기가 된다는 점에서규제는 한층 강화될 것이다.

문제는우리는 아직도 "현재형" 을 "현재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형 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있다.

국내기업들이 ISO-9000을 발 등에 불로 인식하고 총력을 경주한 것은 지난한해에 불과했다. 외국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인증을 획득하고 물건 파는 일에 열중할 때 갑작스런 수출 감소의 원인을 찾다가 부랴부랴 대응한 것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외국 전문가를 초빙하고 엄청난 재원을 투자해 단기간에일부 품목 한정된 공장에 대해 인증을 획득했지만 아직도 중소기업들에겐 9000시리즈 조차 넘지 못할 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국내중소 기업중 지난해까지 ISO-9000시리즈 인증을 받은 업체는 15개사 안팎에 불과하다. 그나마 8개사는 지난해에 집중되어 있다.

중소기업들에게는 아마도 올해가 9000시리즈 획득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수출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뛸 것이다.

하지만"현재형" 9000시리즈에도 전문 심사원 확보 정부의 대응책 시행 늑장 등이 겹쳐 기업들에게는 큰 짐이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외국 인증 기관들은 자사의 노하우 전수를 기피한 채 국내기관과 제휴계약을 맺고 엄청난 컨설팅 비용만 따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기에인증 획득업체의 마인드 역시 "장벽"을 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수출 조건으로만 ISO를 생각하고 "한번 따면 그만인 것"으로 생각, 지속 적인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는 평가이다.

우리가우왕좌왕 하는 동안 세계는 새로운 장애물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 9000에서 18000으로의 전환이 대표적 예이다.

UR로위장된 새로운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가고 있고 수출 환경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9000시리즈에서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국내 기업간 의 정보 교류, 18000에 대한 사전 준비가 좀 더 철저해야 한다.

"미래형"은조만간 "현재형"이 된다.【이 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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