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바이오 원천기술을 화장품 시장의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하기 위해 바이오기업과 화장품·투자업계가 머리를 맞댔다. 기술력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과학적 검증과 제품화, 마케팅·유통 역량을 결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바이오협회는 5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2026 바이오코스메틱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바이오·제약기업의 화장품 사업화 사례와 함께 원천기술의 제품화 기준, 투자 및 시장 진출 전략 등이 논의됐다.
바이오기업들은 장기간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신약과 달리 상대적으로 빠른 상용화가 가능한 화장품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기존 신약 개발 기술을 피부 관리 제품에 적용하고, 화장품 기업과 협력해 제품 개발부터 유통·마케팅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노브메타파마는 희귀 근육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는 펩타이드 기술을 스킨부스터로 확장했다. 항염증·항섬유화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기전을 피부 관리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헌종 노브메타파마 부사장은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을 통해 기술의 사업적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4분기 글로벌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 기술도 화장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바셀테크놀로지는 염증 해소를 촉진하는 펩타이드를 피부 트러블 관리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차메디텍 역시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화장품 브랜드 '에버셀'에 적용하며 바이오 원천기술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술을 소비자 브랜드로 전환해 매출 성과를 거둔 사례도 소개됐다. 동국제약은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에 활용한 병풀 유래 성분 테카(TECA)를 화장품에 적용해 마데카크림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대웅제약 관계사 디엔코스메틱스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활용한 이지듀 기미 쿠션으로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원천기술의 우수성이 곧바로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원석 아모레퍼시픽 상무는 바이오기술의 제품화 기준으로 작용 기전, 과학적 근거, 피부 전달력, 안전성, 차별성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세포 실험을 넘어 인체 피부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형 안정성과 양산 가능성까지 검증해야 실제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케팅과 유통 역량을 갖춘 기업과의 협력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정수민 IMM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바이오기업이 우수한 소재를 확보하고도 마케팅·유통 전문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술 개발사는 원천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소비자 시장에 대한 이해와 판매 역량을 갖춘 화장품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업에서 개발한 좋은 소재를 이용한 화장품들이 마케터를 잘 찾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산업이 부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혁 기자 fak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