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카드 또는 휴대폰을 단말기에 가져다 댄다. 짧은 알림음이 울리면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몇 초 뒤편에는 거래를 승인하고, 이후 가맹점에 대금이 정확히 정산되도록 뒷받침하는 기술과 금융 인프라가 있다.
이 익숙한 풍경에 변화가 스며들고 있다. 빅테크는 결제와 매장 운영을 연결하고,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결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공지능(AI)이 이용자의 조건에 맞춰 상품을 찾고 결제까지 돕는 시대도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깊어질수록 부가가치통신망(VAN)과 전자결제대행(PG)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VAN은 가맹점의 결제 단말기와 카드사를 연결하고 승인 정보를 중계하며 현장의 문제를 풀어왔다. PG는 여러 결제수단을 통합하고 결제와 정산을 지원해왔다. 손님의 선택지를 넓히고 가맹점주의 수고를 덜어주며 축적한 현장 경험은 새로운 기술을 일상에 안착시키는 중요한 토대다.
빅테크와의 협력은 VAN·PG가 그 쓰임과 역할을 넓힐 기회다. 플랫폼마다 다른 결제·운영 체계를 가맹점이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렵다. VAN·PG는 서로 다른 결제 서비스를 연결하고 통합 관리해 가맹점이 여러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특정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개방형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에서는 이러한 연결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해외 관광객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매장을 떠올려보자. 점주에게 중요한 것은 원화로 대금을 정산받고, 반품이 생기면 환불하고, 하루 매출과 입금 내역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느냐다. 스테이블코인을 보관하는 전자지갑과 결제망, 금융기관을 연결해 결제부터 원화 정산까지 이어주는 역량이 더욱 필요해진다. 케이에스넷은 이미 크립토닷컴페이와의 실증(PoC)을 통해 현장 단말기 결제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검증했으며, 가맹점이 안심하고 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는 원화 연계 모델을 다듬어가고 있다.
AI 결제에서도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용자가 허용한 금액과 조건을 지켰는지 확인하고, 잘못된 거래의 경위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환불 등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절차도 갖춰야 한다. 운영 경험에 새로운 인증과 거래 검증 기술을 더해 이용자의 통제권을 보장할 때, 비로소 AI 결제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결제수단이 늘어날수록 보안과 유지보수, 고객 민원 대응의 중요성도 더욱 커진다. 결제가 멈추거나 환불이 늦어질 때 점주와 고객이 여러 사업자 사이를 오가게 해서는 안 된다.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원격 진단과 현장 조치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민원이 발생했을 때도 거래정보를 종합해 원인을 신속히 규명하고, 처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안내해야 한다. 복잡한 기술을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 VAN·PG 사업자도 스스로 역할을 넓히고 일하는 방식을 바꿀 때다. 새로운 결제 기술을 기존 금융망과 연결하고, 거래 이후의 정산과 환불, 문제 해결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금융기관·기술기업과 협력하고, 전문인력 확보와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 가맹점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발전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책임 소재는 오히려 더 분명해져야 한다.
제도 역시 기술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결제방식의 기능과 위험에 맞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실증에서 안전성과 편익을 확인한 서비스가 실제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업계와 당국이 현장의 경험을 함께 살피며 기준을 다듬어갈 때 혁신도 일상에 뿌리내릴 수 있다.
결제 혁신이 일상에 닿는 모습은 소박하다. 손님은 망설임 없이 결제하고, 점주는 안심하고 다음 손님을 맞는다. 결제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이 평범한 풍경을 지탱하는 VAN·PG의 역할과 책임도 커진다. 새로운 결제가 일상이 되는 조건은 화려한 기술보다 그 뒤에서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데 있다.
박한국 케이에스넷 대표 blockchain@ks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