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고액 예산안이 제출됐다. 이제 꼼꼼히 점검하되, 제대로 쓸 수 있게 국회가 검토하고 추인하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요청한 2027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인공지능(AI)과 연구개발(R&D) 등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재정 투자를 집중하고, '소수의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국정 방향이 담겼다. 언론과 시장의 평가 역시 국가재정의 역할과 지속 가능성을 둘러싸고 다양하게 갈렸다.
현재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일부 첨단 기술 산업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침체와 정체기가 완연하다. 민간 소비와 투자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이를 깨고 다시 움직이려면 '박차' 역할을 할 예산 투입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과감한 재정 확대를 통해 경제 체질 개선과 미래 선점에 나서겠다는 점은 일단 환영한다.
특히 반도체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올해보다 2배가량 많은 2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시점에 AI와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집중적·선제적 투자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대응기금 조성·운용과 실제 집행처를 두고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불평등 해소와 미래 선점을 위한 필연적 투자라며 법정 시한 내 처리를 강조하는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채 발행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와 기금 운용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시정연설 당일 본회의장에서 드러난 기립박수와 침묵시위, 야유라는 극단적 대립은 약 한 달간 예산정국이 순탄치만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렇다면, 이를 정치적 해결에만 맡기지 말고, 국회가 내달 2일까지 직접 운영하는 '미래대응기금: 국민과 소통 테이블'을 열어 국민 의견을 직접 받고 그것을 종합해, 정부 여당과 야당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국민 동의를 구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한다. 그리하면 관련 정책도 힘을 받지 않겠는가. 나라 살림의 쓰임새와 기금 운용 방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한다면, 재정 지출의 효용성은 한층 강화되고 야당의 우려 또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국가재정은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다. 소모적 정쟁에 매몰돼 예산안 심사가 아예 법정시한까지 넘기는 파행을 겪지 않길 바랄 뿐이다. 여야 모두 국가 미래와 국민 삶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슈퍼 예산안답게, 통 크게 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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