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감독형 FSD(Full Self-Driving) 국내 확대 논쟁에서 정작 선명하지 않은 것은 제작사의 책임이다. 같은 브랜드의 차량도 생산지에 따라 기능 이용이 달라지는 제도의 문제는 정부가 풀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의 불편과 규제의 미비가 테슬라의 안전 입증 책임을 덜어주는 이유는 될 수 없다. 한국에서 기능을 제공하려는 기업이라면 한국 도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디에서 실패하며, 그 위험을 어떻게 통제할지부터 증명해야 한다.
가장 먼저 물을 것은 이름과 실제 기능 사이의 간극이다. Full Self-Driving은 완전한 자율주행을 연상시키지만, 감독형 FSD는 운전자가 계속 도로를 살피고 필요하면 즉시 개입해야 하는 보조시스템이다. 네덜란드 차량 당국 RDW도 승인 설명에서 운전자가 통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술의 이름이 키운 기대를 소비자의 주의 의무만으로 수습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기업에는 기능의 매력만큼 한계도 분명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감독형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설명서에 경고를 넣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소비자가 차량을 선택하고 기능을 구매하는 바로 그 순간, 작동 조건과 제한, 운전자가 계속 수행할 역할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제공이 확정된 기능과 향후 승인에 달린 전망도 구별해야 한다.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성능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여지가 있다면, 테슬라가 먼저 그 여지를 없애야 한다.
국내 대응의 적극성도 따져야 한다. 10월 8일 국정감사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정부에 공식 시험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10월 22일 특례 적용을 신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신청에 나선 것은 필요한 진전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한 절차를 충분한 준비와 책임 이행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회사는 신청 대상과 제출자료, 검증 일정에 대한 설명으로 답해야 한다. 정부와 협조하겠다는 말만으로 소비자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해외 승인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RDW는 미국판과 유럽판의 소프트웨어와 기능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에 배포할 버전은 어느 쪽과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해외 승인서의 조건과 제한은 국내 차량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테슬라는 승인이라는 결론과 함께 그 결론이 성립한 조건도 제시해야 한다. 다른 시장의 승인 사실이 한국 적용 시스템의 안전 근거를 대신할 수는 없다.
위험에 대한 질문은 이미 구체적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올해 3월 개시한 EA26002 공학분석은 시야 저하 상황에서 FSD가 성능 저하를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충분한 대응 시간을 주는지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문서는 내부 사건 식별과 분류의 한계로 관련 사고가 과소 보고됐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최종 결함 확정은 아니지만, 기업이 자료로 답해야 할 중대한 안전 문제다.
핵심은 사람이 통제할 수 있었느냐다. 시스템이 위험을 놓치고 충돌 직전에야 경고한다면, 운전자에게 즉시 개입하라는 요구가 실제로 가능한지 검증해야 한다. 운전자에게 감독 의무가 있다는 사실과 제작사가 적절한 인식·경고·통제 수단을 설계했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사고 원인을 확인하기도 전에 책임을 운전자의 주의력 문제로 좁혀서는 안 된다. 시스템이 사람에게 요구한 역할을 사람이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사고가 적고 주행거리가 많다는 설명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기능이 실제 작동한 거리를 분모로 삼았는지, 해제 직후 사고와 운전자의 긴급 개입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비교 대상의 도로·날씨 조건은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안전 우월성을 주장하는 기업은 수치의 산출 기준과 누락 가능성까지 검증받아야 한다. 유리한 집계만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 한다면 그 주장은 엄격한 검증을 피할 수 없다.
테슬라가 이행해야 할 책임은 네 가지다. 국내 적용 차량과 소프트웨어별 안전 근거를 제출할 책임, 기능의 한계와 제공 조건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설명할 책임, 사고와 안전 관련 개입 기록을 관계 당국과 독립 검증기관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책임, 업데이트 이후 발견되는 위험을 추적하고 시정할 책임이다. 공개 범위는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 정하되, 그 보호가 핵심 안전자료의 검증까지 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 구제도 회사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 개별 차량에서 기능 제공이 불가능하거나 장기간 지연된다면, 무엇이 계약상 약속이었고 어떤 처리 기준이 적용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법적 책임과 환급 범위는 계약과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다. 그렇기에 회사가 판매 조건과 구제 절차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미래의 제공 가능성과 현재의 권리를 스스로 구별하며 기다리게 하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지킬 수 없다.
정부도 테슬라에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 적법한 검증 경로와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자료가 부족하면 보완을 요구하며, 중대한 위험이 재현되면 해당 기능의 확대를 보류해야 한다. 이미 운행하는 차량도 사후 안전관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원칙은 국내외 모든 제작사에 같아야 한다. 행정의 지연은 바로잡되, 기업의 준비 부족을 규제 완화로 대신 메워서는 안 된다.
한국 도로에는 FSD를 구매한 소비자뿐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다른 차량의 운전자도 있다. 이들은 특정 기업의 기술을 선택하지 않았어도 그 작동 결과에 노출된다. 테슬라가 설명하고 입증해야 할 책임은 구매자와의 계약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로를 함께 쓰는 사람의 안전까지 포함한다.
테슬라는 기능 확대를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검증과 시정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운전자에게 지속적인 감독을 요구하는 만큼, 기업 스스로도 지속적으로 자료를 제출하고 위험을 설명하며 실패를 바로잡아야 한다. 자율주행의 기대가 커질수록 기업이 감당할 책임도 무거워져야 한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서 증명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책임을 실제로 이행할 능력과 의지다.
하성용 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 hsy139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