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종전 협상 주도권 노렸나…우크라 구호시설에 폭탄 9발 투하 “최소 33명 사망”

인도적 지원받으려 모인 민간인들 참변… 50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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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코미슈바하에서 구조대가 다친 동물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이 다시 추진되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지원시설을 폭격해 최소 33명이 숨졌다. 구조대가 도착한 뒤에도 추가 폭격이 이어지면서 구조대원과 경찰관까지 희생됐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군이 남동부 자포리자주 코미슈바하의 학교 건물에 최소 9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33명이 숨지고 50명이 실종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폭격을 “이번 전쟁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공격 중 하나”라고 규탄했다.

피해 건물은 지난해 유럽연합(EU)의 지원으로 건설된 지하 대피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전쟁 중에도 수업을 이어가기 위해 마련됐지만, 최근 전선이 가까워지면서 학교 대신 행정시설과 구호물품 배급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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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코미슈바하의 학교 건물. 사진=AP 연합뉴스

미하일로 세미킨 자포리자주 주지사는 폭탄의 충격으로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지고 화재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군은 첫 폭격 이후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자 다시 공격하는 이른바 '이중 타격'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44세 구조대원 2명과 주민들의 대피를 돕던 경찰관 4명이 숨졌다.

세미킨 주지사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번 공격에 KAB-500과 FAB-3000 항공폭탄을 사용했다. FAB-3000은 무게가 3t에 달하며, 약 1.5t의 폭발물을 탑재한 대형 폭탄이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은 이번 공격이 민간인들이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모인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니엘 벨 인권감시단장은 “구호물품 배급 시간과 장소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며 “러시아군이 이를 알고 공격했거나, 공격 대상 지역의 상황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공격이 국제인도법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해 수백 대의 드론과 수십 발의 순항·탄도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도 벌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흐멜니츠키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필수적인 변전소에도 드론 3대가 투입됐다며, 유럽 전체의 핵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모든 일이 미국 의회 선거일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러한 테러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종전 협상 재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최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는 노르웨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와 별개로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영부인의 중재로 러시아 점령지 올레슈키에서 휴전이 이뤄져 주말 동안 민간인 수백 명이 대피했다. 백악관은 멜라니아 여사가 오는 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만남을 주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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