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의 핵심 논쟁은 공사비 액수보다 '총액 확정 계약'의 구조와 설계 변경에 따른 위험을 누가 질 것인가를 둘러싼 이견에 있다.
갈등의 씨앗은 입찰 단계에서 뿌려졌다. 한수원 설명에 따르면 2018년 시공사로 사전 선정된 컨소시엄과는 2024년 4월 최종 입찰서를 낼 때부터 계약 조건과 금액에 합의하지 못했다. 한수원은 앞선 입찰 때 합의한 단가를 바탕으로 자체 산정한 가격을 냈고, 2025년 6월 주계약을 맺은 뒤 15개월 협상을 이어 갔다.
쟁점은 계약 방식이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가 요구한 총액 확정 방식을 입찰 초기부터 시공사와 협의했고, 시공사도 이에 동의해 입찰서를 냈다고 했다. 설계와 원자로, 터빈발전기 등 팀코리아 협력계약이 모두 같은 방식인데, 시공만 다르게 하면 사업비 증가 위험이 한수원에 넘어온다는 논리다. 신한울 3·4호기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도 일부 단가계약을 뺀 총액 확정 방식이었다. 한수원이 기본설계 승인 시점에 총액을 확정하자고 제시했지만, 컨소시엄은 상세설계 시점의 물량을 기준으로 늘어난 물량을 정산해 달라고 맞섰다는 게 한수원 설명이다.
컨소시엄은 정반대 논리를 편다. 세계 최초로 한국형 원전(APR1000)이 적용되는 상용 원전인 만큼 공사비와 공사 기간, 범위를 철저한 사전 조사로 확정해야 하는데,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에 관여할 수 없는 단순 시공 컨소시엄에 설계 변경으로 늘어나는 물량을 공사비 변경 없이 감당하라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률적인 감액 요구도 외부 전문기관이 과다 산정을 확인한 데 근거한다고 반박했다.
한수원은 시공 수행 능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수원 주장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신월성 1·2호기 이후 10년 이상 원전 건설 실적이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고, 설계 하도급 관리 부실로 성과물 제출이 늦어졌으며 주기기 설치 공급망도 확보하지 못했다. 문화재 조사와 토공 역무에는 과도한 제안가를 내 수행을 거부하고 직접 발주를 요구했다고도 했다.
관건은 체코와 우리나라 간 원전 건설 계약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다.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는 일정이다.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를 내년 7월까지 선정해 2028년 1월 부지정지를 지키겠다고 했다. 컨소시엄은 시공사가 교체되면 사업이 1년 이상 늦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둘째는 비용이다. 컨소시엄은 재입찰 비용과 물가 변동 등으로 사업비가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수원은 주계약 금액 범위 내에서 관리하고 경쟁입찰로 오히려 절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셋째는 신뢰다. 컨소시엄은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한수원은 시공 분야를 뺀 기존 협력체계는 유지된다고 일축했다.
당장 해결할 문제도 많다. 한수원은 공동협력협약 종료에 따른 비용 정산과 성과물 인계를 컨소시엄과 협의하겠다고 했으나, 컨소시엄의 법적 대응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도 자격 요건을 갖추면 신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수원은 밝혔지만, 구체적 입찰 요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체코 원전 프로젝트의 주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며 한수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지금이라도 대승적 차원 및 국익을 위해 원만한 협상에 재차 나서 달라”고 한수원에 요청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