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8000억 팔더니…국민연금, SK하닉 1.6조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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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사진=뉴스1
주식 평가액 줄면서 리밸런싱 압력은 제한적

국민연금이 7월 이후 삼성전자와 SK스퀘어를 대거 매도한 반면 SK하이닉스는 1조6000억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급락으로 보유 주식의 평가액이 크게 줄면서 시장이 우려했던 국민연금의 대규모 리밸런싱 매도 압력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7월 이후 이날까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SK스퀘어로 1조3531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도 7937억원 순매도했다.

현대차는 5003억원, 삼성전기 4554억원, 현대모비스 4079억원, LG이노텍 3341억원, 현대로템 2628억원, 기아 2173억원 순으로 연기금의 매도 규모가 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조5988억원어치 순매수됐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각각 3535억원, 3305억원 순매수됐으며 S-Oil 2635억원, DB손해보험 2546억원, LG전자와 아모레퍼시픽 각각 2414억원이 뒤를 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연기금이 급락한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는 한편 유가와 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업종별 비중을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특히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을 맞추기 위한 추가 매도 물량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존 국내주식 자산의 평가액 자체가 감소해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추가로 처분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기금 적립금은 6월 말 1865조5760억원에서 7월 말 1684조173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81조4030억원, 9.7% 감소했다.

국내주식 평가액 감소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543조2040억원에서 418조5580억원으로 124조6460억원 줄었다. 코스피가 6월 말 8470선에서 7월 말 6590선으로 약 22% 급락한 영향이다.

연초 이후 전체 운용수익률도 6월 말 27.22%에서 7월 말 14.84%로 낮아졌다.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은 같은 기간 107.37%에서 60.11%로 약 47%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이고 자산배분 허용범위도 확대했다.

이 전략 덕분에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 과정에서는 수익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7월 급락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주식 익스포저를 부담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목표 비중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면 상반기 주가 상승 과정에서 국내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해야 했을 가능성이 있어 상승분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결국 최근 연기금 수급은 단순한 '매도'보다 급락 이후 자산 비중 변화에 맞춘 종목별 재배분에 가까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스퀘어를 줄이는 동시에 SK하이닉스와 일부 정유·금융·화장품주를 늘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증시가 추가로 움직일 경우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어느 수준에서 유지하고, 이에 따라 대형주 중심의 연기금 수급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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