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더AI, 소프트웨어에서 피지컬 AI로…“제조-ready product”

김정현 리빌더에이아이 대표 인터뷰…“AI가 디자인한 것을 누가 만들 것인가” 답은 '제조 데이터'
“예쁜 디자인을 넘어 '만들 수 있는 디자인'으로…기업 암묵지 학습해 로봇의 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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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리빌더AI 대표. 사진=리빌더AI

생성형 AI는 디자인을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화면 속 이미지가 실제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긴 과정이 필요하다. 소재를 결정하고, 구조를 설계하고, 3D CAD를 만들고, 패턴을 전개하고, 제조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리빌더에이아이는 바로 이 단절 지점에 회사를 세웠다. 스케치와 디자인을 실제 생산에 필요한 3D CAD, 패턴, 작업지시서 등의 제조 데이터로 바꾸는 AI 솔루션 VRING을 개발했다.

그러나 김정현 대표가 말하는 목적지는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기업과 공장 안에만 존재해 온 제조 노하우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장기적으로는 그 데이터를 장비와 로봇이 실행할 수 있는 모션 데이터까지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즉 이를 통해 유연 생산이 가능한 자율 제조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제품의 디자인이나 설계가 달라지면 로봇이나 장비의 SW 셋팅도 다시 바꿔서 해줘야 한다. 그걸 AI를 통해 어떤 디자인이나 설계 데이터가 바뀌더라도 기존의 장비와 로봇이 유연하게 자율 제조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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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더AI의 VRINGON 솔루션. 사진=리빌더AI

Q. 기존에 업계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3D 전환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많은 기업이 이미 3D 전환에 상당한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단순히 3D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3D 데이터를 만들려면 툴을 사용할 줄 아는 것뿐 아니라 제품의 소재와 구조, 공정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숙련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병목은 3D 모델을 한 번 만드는 시간이 아닙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하면 엔지니어가 제조 가능성을 검토하고, 다시 공장으로 보내고, 공장에서 수정 요청이 오면 또 돌아옵니다. 실제 제품 개발에서는 이런 왕복이 반복됩니다.

저희는 이 과정을 하나씩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이 구조는 실제 생산이 가능한가”,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가”, “공장에는 어떤 데이터가 전달돼야 하는가”를 AI가 함께 판단하게 만드는 겁니다. 결국 목표는 3D 전문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반복적인 변환과 수정 작업 대신 더 중요한 설계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Q. 제품 VRINGON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VRINGON을 가장 간단히 설명하면 디자인을 제조 데이터로 바꾸는 AI 솔루션입니다.생산 가능한 제조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실제 프로덕트로 연결하는 것이 VRINGON의 핵심 목표입니다. 스케치나 디자인에서 시작해 브랜드의 스타일을 반영한 디자인을 만들고, 이를 3D Mesh와 CAD 데이터로 연결합니다. 제품의 구조와 소재를 분석해 파트를 나누고, 필요한 경우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조적 특성을 검토하며, 최종적으로는 패턴과 작업지시서처럼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순한 3D 생성 성능이 아닙니다. 신발과 가방, 주얼리, 피규어는 모두 제조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희는 여러 제조 카테고리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각 분야의 제조 특성을 반영한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4개 주요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수십만 건 규모의 데이터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에 적용할 때는 다시 그 회사의 제조 데이터와 조건을 학습시킵니다. 같은 신발을 만들어도 회사마다 사용하는 소재와 금형, 공정, 품질 기준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A의 AI와 기업 B의 AI가 장기적으로는 달라져야 합니다. 실제 사용 과정에서 전문가가 AI가 만든 결과를 승인하거나 수정하거나 반려하면 그것도 다시 중요한 데이터가 됩니다.

저희가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데이터가 바로 “왜 이건 안 되는가”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인터넷에는 최종적으로 성공한 제품 사진은 많습니다. 하지만 왜 어떤 시제품이 실패했는지, 왜 이 두께는 안 됐는지, 왜 공장에서 이 구조를 수정했는지는 거의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게 기업의 제조 노하우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 반복적인 피드백을 통해 AI가 각 기업의 제조 기준을 계속 학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 데이터 보안은 B2B 고객들이 특히 민감해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오히려 제조 AI에서는 모델 자체의 성능만큼 데이터 보안이 중요합니다. 저희가 학습하려는 데이터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기업의 설계 기준과 제조 조건, 실패 경험입니다. 그 자체가 회사의 자산입니다. 그래서 리빌더에이아이는 ISO 42001 AI 관리시스템과 ISO 27001 정보보안 관리시스템 국제 인증을 확보했고, 기업용 서비스를 전제로 데이터 구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커스텀 SaaS 모델로 VRINGON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메인이 되는 핵심 모델을 기반으로 각 기업마다 그들의 데이터로 파인튜닝해 제공하고, 고객의 암묵지를 담아낼 수 있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사용자에 더 특화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의 는 고객의 제조 데이터를 얼마나 안전하게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며 세일즈 과정부터 이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즉, 보안은 별도의 옵션이 아니라 제품 구조의 일부라고 보고 있습니다

Q.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도 있을까요?

기술과 제품 측면에서 여러 글로벌 어워드와 외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CES 2024 Innovation Award를 시작으로 Asia Design Prize, iF Design Award, Red Dot Design Award 등을 수상했고, CES 2026에서 AI와 Fashion Tech 두 개 부문의 Innovation Award를 받았습니다..특히 작년에는 EWC 세계 스타트업 월드컵에도 한국을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저희에게 이런 성과의 가장 큰 의미는 역시나 고객입니다. 아식스벤처스의 투자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글로벌 기업인 아식스의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뒤 전략적 투자까지 이어졌다는 점이 저희에게는 중요한 기술 검증 사례입니다. 그리고 그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다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및 제조 기업들과의 협업도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신발 뿐 아니라 주얼리, 피규어, 플라스틱 제품 등 하드라인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고, 공장 내 피지컬AI 연결을 위한 데이터 수집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향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지금까지 저희가 만든 것은 디자인에서 제조 데이터를 생성하는 AI입니다. 다음 단계는 그 데이터를 실제 장비와 로봇이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것입니다. 저희가 그리고 있는 흐름은 명확합니다. 스케치와 디자인 → 3D 및 제조 데이터 → 공정 정보 → 로봇/장비의 모션, 경로 데이터 → 자동화 제조. 현재 VRING은 앞부분인 디자인과 3D, 제조 데이터 생성 영역을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조 현장에서는 실제 사람이 그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연결하려고 합니다. 어떤 파트를 어떤 순서로 잡는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와 같은 공정 데이터를 제조 정보와 함께 구조화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저희가 갑자기 로봇 하드웨어 사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Physical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로봇에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알려줄 산업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그중 앞단의 제조 데이터를 이미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글로벌 제조 기업 및 스포츠 브랜드의 생산 환경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실증을 진행하면서, 제조 데이터에서 모션 데이터까지 연결하는 것이 핵심 로드맵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디자인을 입력하면 제조 데이터가 생성되고, 그 데이터가 다시 자동화 장비와 로봇의 작업으로 이어지는 엔드투엔드 Physical AI 제조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기술 효율화가 환경적 가치와도 연결된다고 보시나요?

네. 제조 산업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신발이나 패션 제품을 개발할 때는 실제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여러 차례 물리적 샘플을 제작하고 수정합니다. 그리고 샘플을 공장과 본사 사이에서 이동시키고 다시 제작하는 과정에서 소재와 물류, 포장, 폐기가 발생합니다. 디지털 단계에서 제조 가능성을 더 정확하게 검토하고 반복 횟수를 줄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물리적인 샘플 제작과 이동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지속가능성을 환경적인 측면만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는 사람의 지식을 지속시키는 것입니다. 제조 현장에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판단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상당 부분이 문서에 남지 않습니다. 숙련자가 은퇴하면 함께 사라집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을 대체하는 AI가 아닙니다. 사람이 수십 년간 축적한 판단을 데이터로 남기고, 다음 사람이 그 위에서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드는 AI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회사 내부에서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장인의 다년간의 노하우는 암묵지로 사라지지만, AI에 학습된 기업의 암묵지는 영구적인 자산이 된다.” 결국 리빌더에이아이가 하고 싶은 일은 디자인 이미지를 더 많이 생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에서 제조까지 기업의 지식을 데이터로 연결하고, 그 데이터를 언젠가는 기계와 로봇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저희는 그게 제조 AI와 Physical AI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AI의 끝은 공장이기 때문에 저희 리빌더에이아이가 소프트웨어에서 피지컬까지 모두 아우르고자 합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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