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가 자율주행 화물차 실증을 확대하고 고속도로 하부를 활용한 전력망 구축에 나선다. 인공지능(AI) 기반 24시간 교통관제와 데이터 활용도 본격화한다. 도로 건설·유지관리 중심에서 미래 모빌리티와 에너지 인프라, 국민 체감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역할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2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고 잘 유지하는 것은 이제 당연히 해야 할 본업”이라며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이해하고 국가경제에 도로공사가 어떻게 기여할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공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자율주행 화물차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화물운송 시범운행 확대와 실증 지원을 '교통 대혁신 10대 과제'에 포함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24시간 상황관제, 교통안전 데이터 통합과 품질관리 등 도로 운영의 지능화도 병행한다.
유 사장은 “정부 차원에서 일반 승용차 자율주행에 투자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트럭은 실증이 부족하다”며 “고속도로에 시범운행지구가 지정돼 있는 만큼 자율주행 트럭을 실증해 데이터를 모으고 빨리 도입하려 한다”고 밝혔다.
완전자율주행으로 화물운송 종사자를 대체하기보다 고속도로 장거리 운행의 피로와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 사장은 “고속도로 구간에 들어오면 운전자가 페달을 밟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화물차 기사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며 “관련 기업들과 선제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이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 교통사고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로 자체도 에너지 인프라로 확장한다. 도공은 신규 고속도로와 전력망을 함께 건설하거나 운영 중인 고속도로 하부에 전력선을 매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에 따라 고압 전력망 수요가 커지는 반면 신규 송전탑 건설은 사회적 갈등이 큰 만큼 기존 선형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발상이다.
현재 한국전력과 시범사업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범구간 선정과 함께 토공부·교량부·터널부 등 구간별 전력망 통과 방식도 기술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속도로와 주변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까지 연계한다.
다만 사업 구간이나 착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유 사장은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연구하고 기획하는 단계”라며 “당장 어디에 어떻게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에서 적극 검토하면 도공은 준비해온 만큼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은 공급자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긴다. 유 사장은 이를 기업·정부간거래(B2G), 기업간거래(B2B)에서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고객을 어떻게 잘 대할 것인가에 소홀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휴게소”라고 짚었다.
전국 215개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우선 8곳에서 중간 운영사를 없애고 도공이 입점업체와 직접 계약한다. 국토교통부와 도공이 지난 5월 공동 조사한 기존 휴게소 평균 수수료율은 매출액의 37.4%다. 직계약을 통해 평균 8~9% 수준으로 낮추고 음식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한다. 대표 휴게소인 여주인천휴게소는 2027년 설 연휴 전 운영 개시가 목표다.
직계약 확대 여부는 첫 8곳의 성과를 보고 판단한다. 내년 계약이 끝나는 휴게소가 90여곳에 달하지만 도공 직계약을 확대할지, 기존 자회사를 활용할지, 별도 공공관리회사를 설립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 사장은 “8곳을 해봤더니 도로공사가 해도 별것 없다는 반응이 나오면 안 된다”며 “회사의 국민 신뢰가 달려 있기 때문에 정말 목숨을 걸고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