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TECH, '쉬는 동안' 스스로 형성되는 차세대 금속 전지 계면 보호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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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기간 동안 마그네슘 금속 표면에 흡착되고 전기화학 반응 시 탈착되는 동적 계면 현상.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총장직무대행 박진호) 김민호 교수가 참여한 KENTECH-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토요타(TOYOTA) 국제공동연구팀이 차세대 금속전지가 충·방전하지 않고 쉬는 동안 발생하는 '캘린더 에이징'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계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리튬(Li), 나트륨(Na), 마그네슘(Mg), 알루미늄(Al)과 같은 금속을 직접 음극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금속전지는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반응성이 높은 금속이 전해질과 직접 맞닿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부식과 계면 열화가 지속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리튬, 나트륨,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대표적인 네 종류의 금속 음극을 동일한 관점에서 비교했다. 각 금속에는 충·방전 시 98.5% 이상의 높은 쿨롱 효율(CE·Coulombic efficiency)을 나타내는 고성능 전해질을 적용해, 우수한 충·방전 효율이 실제 장기 보관 안정성까지 보장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충·방전 중에는 비슷하게 높은 효율을 나타낸 금속들도 휴지 상태에서는 전혀 다른 열화 거동을 보였다. 리튬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면층(SEI)이 지속적으로 두꺼워졌으며, 나트륨과 알루미늄에서는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금속이 손실되는 부분적인 부식 반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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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기간에 따른 용량 손실.

반면 마그네슘은 14일 동안 휴지한 이후에도 약 0.4% 수준의 매우 낮은 용량 손실만을 나타냈다. 특히 나트륨은 충·방전 과정에서 99.89%의 매우 높은 쿨롱 효율을 나타냈음에도 14일간 휴지한 이후 회수 가능한 용량이 92.5%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높은 충·방전 효율만으로 실제 배터리의 장기 저장 안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과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cryo-TEM)을 활용해 금속과 전해질 사이 계면의 변화를 추적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에서 계면저항 증가는 전해질 분해와 계면층의 성장 등 비가역적인 열화 과정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그네슘 전극에서는 전혀 다른 거동을 관찰햇다. 휴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계면 전하전달 저항(Rct)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전기화학 반응을 재개하자 늘어났던 저항이 다시 줄어들면서 원활한 마그네슘의 전착·용출 반응이 회복됐다.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에서도 높은 계면저항에도 불구하고 마그네슘 표면에서는 다른 금속에서 나타나는 두꺼운 부식 계면층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휴지 상태에서의 저항 증가가 지속적인 전해질 분해나 비가역적인 계면 부식 때문이 아니라, 마그네슘 표면에 전해질 분자가 흡착되면서 형성되는 가역적인 고저항 계면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전해질 분자의 흡착으로 형성된 계면이 추가적인 부식 반응을 억제하고, 다시 사용할 때에는 해당 계면이 재구성되면서 낮은 저항 상태로 돌아가는 '동적 계면'이 작동하는 것이다.

EIS는 전극에 미세한 교류 신호를 가하고 주파수에 따른 전기화학적 응답을 분석해, 배터리 내부의 계면 반응이나 전하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항 변화를 확인하는 분석법이다.

일반적인 배터리 연구에서는 이러한 계면저항 증가는 전해질 분해나 두꺼운 계면층 형성에 따른 '열화의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Cryo-EM) 기술은 투과전자현미경(TEM)의 높은 전자빔 에너지에 의해 손상을 입는 민감성 소재 (계면층, 알칼리금속 등)를 극저온으로 얼려 빔 손상 없이 관찰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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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교수(제1저자).

제1저자인 김진구 UCLA 박사후연구원은 “배터리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계면저항이 증가하면 성능이 저하된다고 해석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저항이 언제, 어떤 상태에서 증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마그네슘에서는 배터리가 쉬는 동안 계면저항이 증가해 부식을 억제하고, 다시 구동하면 그 저항이 사라져 정상적인 전기화학 반응으로 돌아가는 매우 독특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동 제1저자인 김민호 교수는 “EIS를 통해 계면저항을 시간과 배터리 구동 상태에 따라 추적한 결과, 기존에는 단순히 열화의 지표로 인식됐던 저항 증가가 특정 조건에서는 오히려 금속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는 계면을 항상 낮은 저항 상태로 유지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스스로 보호하고 필요할 때 다시 활성화되는 동적 계면을 설계하는 것이 새로운 전해질·계면 설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김민호 교수가 미국 UCLA 재직 당시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어진 국제공동연구 성과로, 유장 리 UCLA 교수 연구팀과 존 멀둔 토요타 북미 연구소 박사 연구팀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화학·에너지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줄 (Joule)'에 2026년 5월 게재됐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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