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협력의 패러다임이 단순 '시혜성 원조'에서 '투자·개발금융'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다. 주요 공여국들이 원조를 줄이고 자국 산업과 안보를 챙기면서 우리나라도 개발금융 체계를 안착시켜 빈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공적개발원조(ODA) 축소 동향과 개발협력 재편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회원국의 잠정 ODA는 전년 대비 23.1% 급감한 1743억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의 대규모 삭감(약 380억달러 감축)을 필두로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감소분의 95.7%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번 감소세를 단순한 긴축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분석했다. 양자 ODA 중 무상원조는 29.1% 줄어든 반면 민간지원수단(PSI)은 13.1% 증가했다. 다자 ODA에서도 UN 지원(-27.0%)은 급감했으나 세계은행(+6.4%)과 지역개발은행(+11.9%) 지원은 늘어나 정부 부담을 덜고 민간 금융을 끌어들이는 흐름이 커졌다. 미국이 원조기관(USAID)을 해체하고 개발금융기관(DFC) 투자를 대폭 늘린 것과 일본이 사업을 먼저 제안하는 '제안형 협력'으로 국익을 도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의 2025년 ODA 잠정 실적도 38억8000만달러로 2.3% 감소했다. PSI 실적도 7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일본(10억1900만달러), 영국(7억4900만달러), 독일(6억7400만달러)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임소영 산업연 글로벌산업협력연구실장은 “단기 실익만 좇기보다 장기적 산업 파트너로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위험분담 구조 법제화 등 '한국형 개발금융'을 제도화하고, 상대국 수요에 맞춤형 투자를 먼저 제안해 주요국이 비운 원조 공백을 전략적으로 선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