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연결 위치 바꿨더니…영하 100도~영상 100도 버티는 태양전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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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온도를 오갈 수 있는 태양전지에 적용된 자가조립단분자막의 구조. (울산과학기술원)

분자의 연결 위치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영하 100도에서 영상 100도에 이르는 극한 온도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용 계면소재가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양창덕·신승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와 송명훈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자기조립단분자막(SAM)의 분자 연결 위치를 조절해 전극 위에서 치밀하고 안정적으로 배열되는 계면소재 'LY-m'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자기조립단분자막은 특정 분자들이 기판 표면에 스스로 결합하고 정렬해 형성하는 분자 한 층 두께의 얇은 막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계면 결함을 줄이고 전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가운데 최근에는 전하수송층의 위아래 구조를 뒤집은 역구조 방식이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구현할 수 있는 구조로 연구되고 있다.

역구조 소자에서는 투명전극인 ITO와 페로브스카이트 흡수층 사이 계면의 품질이 전체 태양전지 성능을 좌우한다. 이 계면에서 정공수송층으로 SAM이 널리 활용되지만 분자 배열이 균일하지 않거나 열에 노출될 경우 에너지 손실이 커지고 장기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AM의 화학구조와 전기적 특성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이 때문에 분자의 연결 위치 자체가 태양전지 계면 성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SAM 분자의 기본적인 화학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간 연결고리 위치만 달리한 세 종류의 이성질체를 합성했다. 연결 위치에 따라 오르토(ortho), 메타(meta), 파라(para) 구조의 'LY-o', 'LY-m', 'LY-p'로 구분했다.

세 소재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계면에 각각 적용한 결과 메타 위치에 연결된 LY-m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LY-m 분자는 투명전극 기판 위에서 기울어진 형태로 촘촘하고 균일하게 배열됐다. 세 이성질체 가운데 가장 높은 결합 에너지를 나타냈으며 계면 결함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역구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LY-m을 적용한 결과 최고 광전변환효율 26.39%를 기록했다.

극한 온도 환경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보였다. 연구팀이 영하 100도와 영상 100도 환경에 각각 30분씩 반복 노출하는 열순환 시험을 진행한 결과 기존 상용 소재를 적용한 소자는 작동을 멈췄지만 LY-m 적용 소자는 효율이 약 9% 감소하는 데 그치며 정상 작동을 유지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화학식을 가진 분자라도 원자의 연결 위치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계면 배열과 결합력, 소자 안정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일반적인 지상 환경보다 온도 변화가 큰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태양전지의 열적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향후 극한 환경용 고효율 태양전지 소재 개발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양창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 수준의 정교한 설계를 통해 효율과 안정성을 함께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으며, 우주·항공처럼 극심한 온도 변화가 예상되는 환경에서의 태양전지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줄(Joule)'에 지난달 3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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