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올해 피지컬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원천기술 개발을 신규 과제로 공모하고, 관련 전략을 융합연구개발 시행계획에 반영했다. 시선이 모델과 하드웨어에 쏠리는 사이, 데이터 공급 방법론 논의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그러나 글로벌 현장에서는 지금 이 지점에서 노선이 갈리고 있다.
하나는 비디오 생성형 월드모델 노선이다. 방대한 영상을 학습한 모델이 물리세계의 다음 장면을 통째로 생성하게 하는 접근으로, 데이터를 '상상'으로 만들어낸다. 다른 하나는 자산 기반 시뮬레이션 노선이다. 실제 공간과 사물, 사람의 행동을 3차원 디지털 자산으로 복원한 뒤, 물리 엔진 위에서 이를 조합해 데이터를 생산한다.
당장 로봇을 학습시킬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공정은 자산 기반 시뮬레이션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물리적 일관성이다. 생성 모델의 영상은 물체가 손을 통과하거나 중력이 어긋나는 '물리 환각'에서 자유롭지 않다. 둘째는 제어 가능성이다. 자산 기반 환경에서는 조명, 시점, 사물 배치를 실험 변수처럼 통제하며 원하는 상황을 정확히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벨이다. 시뮬레이터는 장면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므로, 생성되는 데이터는 라벨이 이미 완성된 정답 상태로 나온다.
그렇다고 생성형 월드모델을 접어둘 이유는 없다. 아무리 정밀하게 복원해도 자산만으로 세상의 무한한 변수를 다 담을 수는 없으며, 그 너머의 다양성을 채우는 것은 생성의 몫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물리 환각을 어떻게 교정하느냐인데, 그 답 역시 물리적으로 검증된 실세계 자산과 데이터에 있다. 어느 쪽이 앞서든, 실세계를 고품질 자산으로 바꾸는 역량이 공통의 기반이 된다.
물론 합성 데이터에는 오랜 회의론이 있다. 시뮬레이션에서 잘 배운 모델이 실환경에서 무너지는 '심투리얼 갭(Sim-to-Real Gap)'은 문제다. 그러나 실패 사례 상당수는 시뮬레이션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재료의 한계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 환경, 물리 속성 없는 3D 모델 위에서 만든 데이터가 실환경에서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답은 시뮬레이션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현실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실공간을 고정밀 복원한 3D 자산, 사람의 움직임을 담은 행동 데이터, 물리 속성이 부여된 객체, 가상과 현실의 간극을 수치로 검증하는 절차가 그것이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 기반을 직접 구축해 왔다. 한국의 가정 50개소에서 확보한 100만 프레임 이상의 실환경 영상을 원료로, 3D 공간·4D 행동·상호작용 객체 자산으로 변환하고, 이를 시뮬레이터에 통합해 합성 데이터를 생산하는 파이프라인이다. 이렇게 쌓인 자산과 데이터는 오늘의 시뮬레이션 재료이자, 내일의 월드모델을 학습시키고 그 물리적 정확성을 검증할 기준점이다.
이 과정에서 3차원 복원의 시각적 정합성, 행동 데이터의 기구학적 타당성, 객체의 관절 속성 같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산은 시뮬레이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데이터 산업의 경쟁력이 투입 인력의 규모에서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옮겨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데이터 단위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애지봇은 100만 건이 넘는 실로봇 조작 데이터를 담은 데이터셋 '애지봇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생태계 표준을 노리고 있고, 독일에서는 뮌헨공대와 로봇 기업이 1700만유로를 공동 투자한 유럽 최대 피지컬 AI 훈련센터가 문을 연다. 모델 아키텍처는 논문으로 공개되고 하드웨어는 빠르게 상품화된다. 끝까지 복제하기 어려운 것은 검증된 데이터와 그것을 계속 만들어내는 파이프라인이다.
피지컬 AI 경쟁의 승부처가 데이터라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되어 간다. 다음 질문은 방법론이다. 어떤 공정으로, 어떤 품질 기준으로, 얼마나 반복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실행으로 답을 쌓아 놓은 기업과 국가가, 모델과 하드웨어의 성능이 평준화되는 순간에 차이를 만들 것이다.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 contact@superb-a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