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 민간 자율 경쟁 보장 없인
경제 전반 구조적 성장은 불투명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면서 평양을 중심으로 건설과 소비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이를 북한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최근 평양에서 고층 아파트 건설이 이어지고 명품 소비가 활발해지는 등 눈에 띄는 경제적 활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평양 대성백화점에는 중국을 통한 병행수입 방식으로 오메가와 샤넬 등 해외 명품이 진열돼 있으며, 복합쇼핑센터인 류경금빛상업중심에서는 이케아 제품도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 500달러 상당의 고가 스마트폰도 유통되고 있다.
북한의 특권층을 중심으로 과거에도 사치품 소비가 존재했지만 최근 2년 사이 소매판매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팀슨센터의 레이첼 민영 리 연구위원은 평양이 이전보다 풍요로워지고 소비 중심적인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북·러 경제협력 확대가 꼽힌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하는 한편 군수품을 제공하며 외화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북한이 2023년 8월부터 2025년 말까지 러시아에 병력과 군수품을 제공한 대가로 약 77억~144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 역시 외화 확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의 가상자산 탈취도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지목된다. 블록체인 정보기업 TRM랩스는 올해 상반기 북한 연계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자산 규모를 약 6억4300만 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FT는 이러한 외화 유입과 평양의 소비 확대가 북한 경제 전반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여전히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강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성장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로부터 유입되는 막대한 자금이 산업 생산성 향상이나 민간경제 확대 등 장기적인 성장 기반으로 연결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과거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 사례와도 대비된다. 한국은 베트남전 파병으로 확보한 외화를 산업화와 인프라 구축 등에 활용하면서 제조업과 수출산업을 성장시키는 기반으로 삼았다. 반면 북한은 현재 확보한 외화를 경제구조 개혁이나 생산적인 투자로 전환할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소의 피터 워드 연구원은 북한의 경제 운영 방식에 비춰볼 때 경제 상황이 좋을 때 미래를 대비하는 방식의 투자가 이뤄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결국 현재 북한에서 나타나는 건설 붐과 명품 소비 증가는 북·러 밀착으로 유입된 외화가 평양과 특권층을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화 유입 자체는 북한 경제에 단기적인 활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민간경제 활성화와 생산성 향상, 경제 운영 방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