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대 한국프로사진협회장 도전···“사진가와 AI의 경쟁 아닌 AI 활용하는 사진가와 그렇지 않은 사진가의 경쟁”
“촬영 넘어 브랜딩·마케팅·컨설팅까지…협회도 회원의 미래 먹거리 만드는 플랫폼 돼야”
“세대교체 아닌 세대연결 필요···선배의 장인정신과 젊은 사진가의 AI·SNS 역량 결합해야”

사진산업이 또 한 번 거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필름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다시 스마트폰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진의 생산과 소비 방식이 바뀐 데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실제 촬영 없이 인물사진과 광고 이미지까지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렸다. 사진업계에서는 AI가 전문 사진가의 영역을 어디까지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제41대 한국프로사진협회장에 도전한 이재범 사진예술원 원장은 이러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사진가의 역할을 확장할 기회로 바라본다. AI와 경쟁하거나 이를 피하기보다 사진가가 수십 년간 축적해온 사람과 빛,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에 AI와 브랜딩, 마케팅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인물·가족사진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사진업계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는 한국프로사진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사진인의 권익 보호에 나섰고, 이후 사진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3D 스캐닝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버추어투어 등 새로운 기술을 사진산업과 연결하는 시도에도 참여했다.
그가 제시하는 미래 사진가의 모습은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분석하고 설계하는 'Visual Consultant',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Image Director',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Storyteller'까지 사진가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회의 역할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와 마케팅,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먼저 연구하고 이를 회원의 실질적인 매출과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에게 AI 시대 사진산업의 위기와 기회, 프로사진가의 새로운 역할, 한국프로사진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다.
-지금 사진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사진산업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다시 스마트폰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계속 변화해왔습니다. 이제 생성형 AI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AI 자체가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위험한 것은 기술과 고객은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사업 방식은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사진관을 찾아야 했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도 좋은 이미지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로사진가는 소비자가 혼자 만들기 어려운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결국 다시 물어야 합니다. “프로사진가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서 변화가 시작돼야 합니다.
-생성형 AI가 프로사진가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합니다.
▲일부 영역은 분명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간단한 프로필 이미지나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는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가의 경쟁력이 단순히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진가는 사람을 봅니다. 어떤 각도가 어울리는지, 어떤 빛이 그 사람의 인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지 판단합니다. 긴장한 고객에게서 자연스러운 표정을 끌어내고 가족사진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읽어야 합니다.
이런 능력은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옵니다. 여기에 AI를 결합하면 오히려 사진가의 능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촬영 전에 콘셉트를 시각화하고 고객에게 여러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보정이나 콘텐츠 제작 효율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어쩌면 '사진가 대 AI'가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사진가와 활용하지 않는 사진가'의 경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시대 프로사진가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합니까.
▲이제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넘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프로사진가는 고객의 이미지를 설계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 대표의 프로필을 촬영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단순히 잘 나온 사진 몇 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낼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사진인지, 신뢰감과 친근함, 전문성 가운데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목적에 따라 의상과 배경, 조명, 포즈를 설계하고 촬영한 이미지를 홈페이지와 SNS, 홍보물에 어떻게 활용할지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진가는 Photographer를 넘어 Visual Consultant, Image Director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됩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사진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사진관의 기존 수익모델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사진관 상품은 증명사진, 프로필, 가족사진, 웨딩사진처럼 주로 '촬영 종류'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는 고객의 목적과 결과를 중심으로 상품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대표에게는 CEO 브랜딩 사진, 강사나 전문가에게는 퍼스널 브랜딩 패키지, 취업준비생에게는 이미지 컨설팅형 촬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시니어 고객에게는 한 사람의 인생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가족사진도 한 장의 사진을 찍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삶과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닙니다. 고객이 사진을 통해 얻는 결과와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가치가 높아지면 사진가의 수익구조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VR·3D 스캐닝 등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사진가의 능력을 사진관 안에만 가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가는 빛과 공간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전문가입니다. 그 전문성이 새로운 기술과 만나면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VR과 버추어투어, 3D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도 사진인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모든 신기술이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완전히 대중화된 다음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진인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먼저 연구하는 태도입니다.
AI를 두려워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직접 사용해보고 이를 통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프로사진협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개별 사진관 운영자가 촬영하고 고객을 응대하고 경영까지 하면서 AI와 마케팅, 새로운 기술을 모두 혼자 공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협회가 필요합니다.
협회가 새로운 기술을 먼저 연구하고 검증해 회원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줘야 합니다. 교육도 촬영기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AI, 온라인 마케팅, SNS, 영상, 고객관리, 상품기획, 브랜딩까지 영역을 확대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 프로그램이 몇 개인지가 아닙니다. 회원이 교육을 받은 뒤 “내일 내 사진관에서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보여야 합니다. 회원의 경쟁력과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제41대 한국프로사진협회장 선거에 도전한 이유도 이 같은 문제의식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회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사진산업이 지금 중요한 전환점에 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협회는 회원의 권익을 지켜야 합니다. 그 역할은 앞으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회원의 미래를 만드는 역할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알려주고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연구하며 성공사례를 전국 회원들과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젊은 사진가들이 협회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이유도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것과 업계의 위기 속에서 배운 것,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연결하면서 얻은 경험을 협회 전체를 위해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회원 입장에서는 결국 '회장이 바뀌면 내 사진관에 무엇이 달라지는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회원이 실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새로운 촬영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성공사례를 제공하고 AI와 마케팅을 활용해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도 알려줘야 합니다. 전국 회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젊은 사진가와 선배 사진가가 서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개별 사진관이 혼자 만들기 어려운 공동 마케팅 자산이나 새로운 사업모델도 협회 차원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회원들이 “협회에 가입해 있으니까 내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의 권익을 지키는 것과 회원의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 앞으로 협회는 이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합니다.
-젊은 사진가와 기존 회원 간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까.
▲저는 '세대교체'보다 '세대연결'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선배 사진가들에게는 사람을 보는 눈과 빛을 읽는 감각, 고객을 대하는 방법처럼 수십 년 동안 축적한 경험이 있습니다. 반면 젊은 사진가들은 영상과 숏폼, SNS, AI 같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선배 사진가의 장인정신과 젊은 세대의 기술을 연결해야 합니다.
젊은 사진가들이 “한국프로사진협회에 들어가면 사진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10년 뒤 대한민국 프로사진가와 한국프로사진협회가 어떤 모습이기를 기대합니까.
▲10년 뒤에는 카메라도 훨씬 발전하고 AI도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어 할 것이고,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기업과 전문가 역시 자신을 표현할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그 가치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사람이 프로사진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래의 사진가는 Photographer이면서 Visual Consultant이고, Image Director이며 Storyteller가 돼야 합니다.
협회도 단순히 회원을 관리하는 조직을 넘어 회원의 권익을 지키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다음 세대 사진가를 성장시키는 플랫폼이 돼야 합니다.
전국 사진인들이 “나는 대한민국의 프로사진가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후배들이 한국프로사진협회를 바라보며 “저곳에 가면 사진가로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협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