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플리가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 '로봇의 귀' 역할을 하는 음향 AI를 앞세워 미국 제조업 시장을 공략한다.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와 자동화 확산으로 현지 제조사들의 음향 기반 품질 검사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수지 디플리 대표는 “내년부터 미국 제조 시장에 본격 진출해 글로벌 자동화 공정의 표준 음향 AI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디플리는 기계 소리와 환경음 등 비언어적 소리를 분석하는 음향 AI 전문기업이다. 사람의 대화나 언어를 인식하는 일반적인 음성 AI와 달리 모터·기어·베어링 등 기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 변화를 분석해 제품의 이상 여부와 위험 상황을 판단한다.
제조 현장에서는 숙련 작업자가 제품이나 부품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직접 듣고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청각 검사 공정이 운영된다. 하지만 작업자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 일관성이 떨어지고 반복 작업에 따른 편차가 발생한다.
디플리는 이 과정을 AI로 자동화했다. 공장 소음은 제거하고 목표 음향만 추출하는 노이즈 제거 기술과 자체 음향 AI 모델을 활용해 산업 현장에서 99.87%의 검사 정확도를 확보했다. 단순히 정상·불량을 판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상 원인을 분류하는 방향으로도 기술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노이즈 캔슬링이나 디노이징을 통해 목표 음향 외에 다른 소리의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기술적 해자”라며 “소음이 많을 때와 적을 때, 목표 신호와 주변 소음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디플리는 국내 완성차 제조사 계열사와 자동차 부품업체, 글로벌 모터 제조기업 등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다음 무대로 선택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 내 제조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자동화 수요가 확대되고 검사 공정을 자동화하는 수요도 커질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미국은 제조업 활성화 정책과 함께 글로벌 제조사들이 현지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있고 공장 자동화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실제 현지에서 음향 AI 기반 품질 검사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디플리는 내년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이후 현지 지사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래에는 사람이 하는 많은 부분을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로봇을 위한 청각 모듈도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라며 “'로봇의 귀'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로 항공·항만·방산 등 다양한 산업으로 음향 AI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음향 AI를 활용한 공공 안전 사업도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 비명, 고성, 욕설, 충격음, 자동차 사고 소리 등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와 같은 구조 요청도 식별해 관제 시스템에 알림을 보내는 솔루션이다. CCTV만으로 위험 상황을 감지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