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혁신으로 여는 농업 경쟁력]③ 인력 절반 줄이고 처리량 최대 2배…산지유통 판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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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선별 결과 등록·분석 시스템. (사진=월향농협)

#. 경북 성주 월항농협 산지유통센터(APC)는 스마트화 이후 하루 참외 처리량을 80톤에서 최대 160톤으로 두 배 늘리면서도 작업인력은 절반 이상 줄였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동 선별과 로봇팔 적재 시스템을 도입해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하고 선별 결과에 대한 농가 신뢰도도 높였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농촌 인력 부족 등으로 농산물의 가격·품질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커지면서 산지유통의 스마트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노후 APC에 자동화 설비와 데이터 기반 운영체계를 접목해 상품화 효율을 높이고 산지의 생산·출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17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품목별 주산지에 구축된 스마트 APC는 60개소다. 스마트 APC는 센서와 로봇,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입고부터 선별·포장까지 상품화 공정을 자동화하고 생산·저장·출하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300개소를 구축해 전체 APC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화할 계획이다.

참외 주산지인 성주 월항농협은 2024년 AI 영상 기반 자동 선별 시스템과 로봇팔 자동 적재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문 선별사의 경험과 육안에 상당 부분 의존했던 작업을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했다.

참외가 선별기에 들어가면 한 알씩 360도 회전하며 24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AI는 이를 토대로 26가지 외관 상태를 확인해 상품을 분류한다. 물량이 몰릴 경우 사람이 참외의 모든 면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보완했다. 8시간 기준 하루 처리물량은 80톤에서 120~160톤으로 늘었고 작업인력은 50% 이상 감소했다. 촬영 이미지와 판정 데이터가 남아 농가가 등급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달라졌다.

류상천 월항농협 상무는 “물량이 많아지면 참외의 모든 면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전문 선별사가 빠질 경우 사람을 다시 구해야 했다”며 “농촌에서는 단순 작업 인력조차 구하기 쉽지 않은데 그런 어려움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농가와 APC 사이에서 발생하던 등급 판정을 둘러싼 마찰도 줄었다. 같은 밭에서 수확한 참외라도 작업자에 따라 판정에 차이가 생기면서 농가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AI 도입 후에는 촬영 이미지를 토대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류 상무는 “사람이 선별할 때는 어느 정도 편차가 있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진으로 결과를 보여줄 수 있어 농가 민원이 많이 줄었다”며 “농사를 잘 지은 농가는 품질에 맞는 평가를 받고 그렇지 않은 농가도 품질을 높이려 노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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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팔 활용 자동 적재. (사진=월향농협)

강원 영월 한반도농협은 토마토 APC의 입고부터 적재까지 자동화했다. 2024~2025년 총 46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6월 스마트 APC를 준공하고 전자태그(RFID) 기반 입고·선별 시스템과 선별·포장·적재 자동화 장비, 농가 생산정보와 유통 데이터를 관리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도입 후 평균 입고시간은 3~5분에서 1분으로 단축됐고 처리 인력은 3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하루 처리물량은 20톤에서 70톤으로 3.5배 증가했다. 지난해 1598톤이었던 연간 처리물량도 올해 2200~2400톤으로 37.5~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조공법인의 감귤, 충북원예농협의 사과, 금산 만인산농협의 쌈채류 등 품목별 주산지에서도 스마트 APC가 운영되고 있다. 농가 생산정보부터 선별·저장, 발주처별 출하량까지 데이터를 축적해 농가별 생산성 분석과 출하 관리에 사용하는 것이 기존 APC와의 차이점이다.

정부는 올해 스마트 APC의 데이터 활용도도 높인다. 스마트 APC로 전환하는 산지유통조직에 정보시스템을 무상 보급하고 기초적인 AI 분석 기능을 도입한다. 상품화 공정별 데이터를 자동으로 등록·분석해 기존 수기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줄일 계획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APC 운영에도 활용한다. AI로 공정별 가동률을 분석해 인력 배치를 조정하고 발주처별 수요 패턴을 토대로 판매계획을 세우는 등 산지유통조직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영세하고 노후화된 기존 APC를 스마트화해 인력 절감과 선별 정확도 향상 등 산지유통 효율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APC 처리능력을 높여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를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지에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6년 FTA 이행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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