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댕냥이 먼저”…신약 상용화 순서 바꾼 제약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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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 이미지.

제약사들이 신약을 사람보다 반려동물용으로 먼저 내놓고 있다. 인체용 개발에 앞서 규제 문턱이 낮은 동물용 시장에서 선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수입 약이 장악해 온 시장의 국산화까지 노린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HK이노엔은 나란히 자체 개발한 야누스 키나제(JAK) 억제제 계열 반려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농림축산검역본부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JAK 억제제 계열은 면역세포가 염증 신호를 주고받는 경로를 차단해 가려움을 가라앉히는 약품이다.

대웅제약은 JAK 계열 소분자 신약 '플로디시티닙' 반려견 임상 3상을 마치고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동일 성분 인체용 의약품은 임상 1상 단계다.

HK이노엔 역시 지난 6월 저분자 신약 'IN-115314' 반려견 경구제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허가 절차에 돌입했다. 회사는 같은 물질을 사람에게는 연고제로 제형을 분리해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의 이 같은 개발 순서 뒤집기는 인체용과 동물용 약품 심사 체계가 나뉘어 있는 구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체용 신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할이지만, 동물용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허가해 비교적 절차가 간소하다. 제약사로는 두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

동물용 의약품 시장 수입 의존도를 낮춰 새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두 제약사가 겨냥한 글로벌 반려견 아토피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반려동물 약 1위 기업 미국 조에티스 '아포퀠(성분명 오클라시티닙)'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27억 달러(약 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산 신약이 상용화되면 수입 제품 중심의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며 점유율 경쟁에 나설 수 있다.

이러한 상용화 방식은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모델이다. 지엔티파마는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연구하던 물질을 확장해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를 국내 최초로 개발, 유한양행을 통해 반려견 시장에 공급 중이다.

의약품 밖으로도 적용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이 최근 시지바이오와 함께 출시한 동물용 창상피복재 '베아좀'은 인체용 제품 전환이 아닌 처음부터 반려동물용으로 별도 허가받은 의료기기다.

성장하는 시장 규모에 맞춰 정부 지원도 붙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를 8조원 규모로 추정한다. 이 중 펫헬스케어 시장 규모 2조6000억원대로 추정한다. 이를 반영하듯 재정경제부는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동물용 의약품 후보물질 생산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물용 의약품은 사람 약보다 임상 기간과 비용이 절반 수준”이라며 “빠른 상업화가 가능한 만큼 수입산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국산 제품으로 신 수익원을 만들고, 이를 다시 인체용 신약 개발로 이어가는 방식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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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제약사 인체용·동물용 신약 개발 단계 비교표.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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