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거래 방식이 바뀌면 화폐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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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통상 거래를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화폐는 거래 방식의 변화와 함께 진화해 왔다. 신용카드는 거래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줄였고, 전자상거래와 간편결제는 온라인 거래를 일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AI)의 발전은 거래 방식의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거래 방식이 바뀌면 시장도 달라진다. AI는 탐색과 협상, 계약과 실행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본질은 자동화가 아니다.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구매하고 연산 자원을 활용하며 다른 AI 에이전트와 계약을 수행하는 새로운 거래 주체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거래의 주체가 바뀌면서 거래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의 역할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기관은 사람이 직접 거래하는 환경에서 결제와 신용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AI가 거래 주체로 참여하면 금융의 무게중심도 결제와 신용 제공에서 거래를 안전하게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이동할 것이다. 자산관리와 위험통제는 이러한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반이다.

그렇다면 지급결제 인프라는 어떠한가. 카드와 계좌이체는 소비자 보호와 신용공여, 환불과 분쟁 해결 등 오랜 기간 축적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그러나 AI가 거래를 수행하는 환경이 확대될수록 사람이 직접 결제 수단을 선택하고 이용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급결제 인프라도 새로운 거래 환경에 맞춰 진화할 것이다.

AI가 수행하는 거래는 기존 거래와 구조 자체가 다르다. 사람에게 결제는 거래의 마지막 단계지만 AI에게 결제는 다음 거래를 이어가기 위한 과정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여행 예약을 요청하면 AI 에이전트는 항공권을 결제한 뒤 호텔과 렌터카를 예약하고 여행자 보험까지 가입한다. 하나의 결제가 다음 계약과 거래로 이어지면서 여러 작업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이처럼 여러 거래가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면 거래 효율도 높아진다.

물론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AI 경제에 적합한 거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 방식이 달라지면 그에 맞는 화폐도 달라져야 한다. AI 경제에서 화폐는 지급수단을 넘어 거래를 움직이는 인프라다. 이것이 AI 시대에 필요한 화폐, AI 네이티브 머니(AI-Native Money)다.

스테이블코인은 AI 네이티브 머니를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디지털 화폐다. 계약과 결제, 정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처리할 수 있어 AI가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거래와 잘 맞는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거래가 자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거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카드나 계좌이체를 대체한다는 것은 아니다. AI도 기존 지급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AI가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거래에서는 디지털 화폐가 더 자연스러운 지급결제 수단이 된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도 같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AI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인증과 권한 위임, 결제와 정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결제수단은 단지 그 위에서 선택되는 요소일 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거래 생태계를 구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바라봐야 한다. 발행 주체와 규제에 대한 논의는 금융안정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만으론 충분치 않다. AI 시대에 적합한 디지털 화폐와 금융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청사진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제도는 신속하고 유연할수록 좋다. 금융사와 기업들이 새로운 협력과 사업모델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가시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정책 당국의 책임이다. 발행은 출발점일 뿐이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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