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이용자 10명 중 8명은 의료진이 진료기록과 복약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면 대면진료에 준하는 처방을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10명 중 9명은 의약품 배송 확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월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비대면진료 제도 보완을 위한 하위법령 마련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용자 대다수가 제도 확대와 편의성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비대면진료 이용자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진료 하위법령 주요 쟁점 인식 조사' 결과 이 같은 응답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이용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진료기관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질환을 '초진'으로 분류해 처방을 제한하는 방식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이 과거 진료기록과 복약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대면진료 수준의 처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실제 응답자의 67.7%는 평소 이용하던 병원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유로는 기존 병원이 비대면진료를 시행하지 않아서(31.2%), 이용 중인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아서(27.4%) 등이 꼽혔다. 이용자의 선택보다 의료공급 체계의 제약으로 의료기관이 변경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만성·관리질환 이용자의 70.0%, 비급여진료 이용자의 76.9%는 해당 규제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초진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에도 비급여진료 이용자의 74.4%, 만성·관리질환 이용자의 68.0%가 반대했다.
단기 처방 비중이 높은 소아청소년과 경증질환 이용자도 각각 58.1%, 47.0%가 현행 규제 방향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 획일적인 기준이 특정 환자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규제를 시행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반복적인 진료와 병원 방문에 따른 시간·경제적 부담 증가(68.0%)가 꼽혔다. 치료 지연이나 중단, 의약품 공백에 따른 증상 악화, 기존 질환 관리 차질 등을 우려하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이용자들은 일률적인 행정 규제보다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5.7%는 의료진이 과거 진료기록 등 환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대면진료에 준하는 처방이 가능해야 한다고 답했다. 86.1%는 정확한 진료를 위해 복약이력 등 자신의 건강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의약품 수령 과정의 불편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0.1%는 약국 방문 수령 과정에서 불편을 겪었고, 48.8%는 여러 약국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를 경험한것으로 나타났다. 야간·휴일 운영 약국을 찾기 어려웠다는 응답은 49.1%, 의약품을 결국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3.4%였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87.5%는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 배송 허용 범위를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배송이 허용될 경우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88.5%,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90.3%였다.
허용 범위에 대해서도 '모든 이용자에게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55.0%)과 '야간·휴일 등 약국 이용이 어려운 시간대에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29.9%)을 합쳐 84.9%가 현행보다 확대된 배송 제도를 지지했다.
원산협은 이번 조사 결과가 환자의 질환과 이용 목적, 진료 이력 등은 다양한 반면 제도는 하나의 기준으로 설계되는 데 대한 이용자들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원산협 관계자는 “과거 진료기록과 복약이력 등을 토대로 의료진이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까지 일률적인 처방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비대면진료가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해 제도화되는 만큼 하위법령 역시 제도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