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89.9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8.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BSI는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밑돌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전망치는 3월(102.7) 이후 5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고 있다. 지난 5월(87.5)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80대로 내려앉았다. 한경협은 중동 전쟁 발발 이전인 3월 조사와 비교하면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7월 실적치는 94.4로, 2022년 2월 이후 4년6개월째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88.4)과 비제조업(91.5)이 나란히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두 업종이 동시에 부정 전망을 나타낸 것은 지난 5월 이후 석 달 만이다. 특히 석유정제·화학 업종은 57.7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2월(54.5) 이후 17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한경협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재료·에너지 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분쟁 재격화로 에틸렌 스프레드 악화와 공급망 불확실성 우려가 겹친 결과라고 풀이했다. 일반·정밀기계(75.0), 목재·가구(83.3), 비금속 소재(85.7), 자동차(90.6) 등도 부진한 전망을 보였다.
전 업종이 위축된 가운데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 업종은 118.8로 유일하게 큰 폭의 호조를 보였다. 하계 휴가철 수요가 몰리는 식음료·담배(105.6), 여가·숙박·외식(116.7) 업종도 선전했다. 한경협은 글로벌 호황기에 있는 반도체와 성수기를 맞은 업종은 양호했지만, 에너지·소재·건설·기계 등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체감경기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부문별로는 수출(100.0)이 3개월 연속 기준선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수출을 제외한 자금사정(87.8), 내수(90.8), 채산성(93.5), 고용(95.0) 등 나머지 부문은 모두 부정 전망을 나타냈다.
유가 충격에 민감한 자금사정 BSI는 87.8로, 2023년 1월(86.3)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투자 BSI는 97.0으로 기준선에는 못 미쳤지만 2022년 9월(98.2) 이후 3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경협은 전 산업의 투자심리가 본격 반등한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등 수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반도체 등 일부 주력 수출업종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동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지며 전반적인 기업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재·물류비 부담 완화와 함께, 한계 상황에 직면한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