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글로벌 전력 자산화 시대 도래와 메가프로젝트 성공 전략
최근 극심한 이상기후로 전 세계 냉·난방 전력 수요가 폭증하며 '지구적 전력 가뭄'이 현실로 다가왔다. 주요국들은 이미 전력과 에너지를 단순한 시장 재화가 아닌, 국가 안보와 첨단 산업 주권을 좌우하는 '전력 자산화(무기화·국유화)' 자원으로 규정하고 자국 산업에 우선 배정하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이러한 엄중한 에너지 질서 개편 속에서 초대형 반도체 국가산단,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로봇 공장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은 365일 24시간 단 한 순간의 끊김도 없이 공급되는 무탄소 기저전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단 한 곳에만 수도권 전체 전력 피크 수요의 4분의 1에 달하는 10GW 이상(대형 원전 7~8기 분량)의 전력이 소요된다는 점만 봐도 전력 확보가 곧 생존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지난 탈원전 여파로 원전 기자재 공급망을 떠받치던 중소·중견 부품 협력업체들이 대거 이탈·폐업하고, 핵심 설계·기술 인력이 해외와 타 산업으로 유출되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의 기반이 심각하게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인 전력 난국과 자원 무기화 흐름 속에서 원전 공급망 복원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메가프로젝트 완수의 절대 조건인 '적기 전력 공급'은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제는 원전 생태계를 조속히 정상화해 전력 안보 기반을 신속히 재건하고, 에너지·용수·첨단산업을 하나의 통합 패키지로 다루는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내릴 때다.
2. 5대 분야별 제언
① 정치적 불확실성의 원천 차단
「원전산업 발전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 국방, 교육, 에너지는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정책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차단되어야 하는 국가 핵심 과제다. 정권에 따른 변동성이 컸던 원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원전 건설, R&D 투자, 해외 수출 지원을 법적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안심하고 10년 단위의 장기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장기 예측 가능성 및 구속력' 확보: 전기사업법상 15년 단위로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기저전력 목표가 정치적 논리에 흔들리지 않도록 법적 가이드라인과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 기업에 명확한 장기 수요 시그널을 제공해야 대규모 첨단 설비투자의 안정성이 담보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에 따른 후속 절차 착수: 법안 통과에 발맞춰 국무총리 직속 관리위원회를 신속히 출범시키고, 부지 선정 후 '20년 내 중간저장시설, 37년 내 영구처분장 확보'라는 법정 타임라인에 맞춰 부지 공모 절차에 즉시 들어가야 한다. 원전 운영의 최대 리스크인 '사용후핵연료 포화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함이다.
② 조기 정상화를 위한 한시적 제도 지원
원전 인허가 패스트트랙(Fast-Track) 도입으로 공기 단축: 수년씩 걸리던 중복·불필요한 인허가 행정 절차를 '통합심사 체계'로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안전성은 철저히 검증하되 규제 소요 시간을 대폭 줄여야 SMR 및 신규 원전을 첨단 산단 가동 시점에 맞춰 적기 준공할 수 있다.
신한울 3·4호기 및 SMR 기자재 '선금 지급 확대' 및 조기 발주: 탈원전 기간 유동성 위기를 겪은 중소·중견 기자재 업체들을 위해, 현행 선금 특례 제도의 지급 비율과 대상을 파격적으로 늘리고 계약 직후 착공금을 조기 집행해 현장의 자금 가뭄을 즉시 해소해주어야 한다.
원전 기업 전용 '기술특례상장(IPO)' 도입: 기술력은 우수하나 탈원전기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협력업체들에게 '원전 초격차 기술특례상장' 기준을 한시적으로 적용해 민간 자금 조달의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
③ 인프라의 입체적 통합
[에너지-반도체-용수 통합 컨트롤타워] 상설화: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및 주요 반도체·AI 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단일 인프라 의사결정 기구'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상설화해야 한다. 전력망 건설과 용수 인허가가 각 부처와 지자체로 분산되어 핑퐁 게임이 벌어지는 공기 지연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
송전선로·용수관로·도로의 '원스톱 입체 구축(Co-location)': 원전의 무탄소 전력을 수송할 초고압 송전망(HVDC)과 반도체용 용수 관로를 기존 고속도로 및 철도 지하망을 따라 동시에 구축하는 방식이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활용한 입체적 동시 공사를 추진하면 지역 주민의 송전탑 민원을 최소화하면서 인프라 준공 시점을 대폭 앞당길 수 있다.
원전 연계형 '초순수·수소 생산 복합 기지' 조성: 원전에서 발생하는 폐열과 저렴하고 안정적인 무탄소 전기를 활용해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초순수(Ultra Pure Water)를 직접 제조하고 수전해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원전-첨단산업 융합 인프라 파크'를 전국 거점별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④ 민간 자본의 과감한 허용
삼성·SK·빅테크가 참여하는 '민간 자본 참여형 원전(PPP)' 허용: 한전의 재무적 한계로 신규 원전 건설 자금 조달이 위축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무탄소 전력이 절실한 민간 기업이 특수목적법인(SPC) 지분 투자 및 건설에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 직접 참여하는 '민관 협력형 원전(PPP)' 모델의 법적 기틀 마련이 시급하다.
산단 전용 'Private-SMR' 및 직접전력거래(Direct PPA) 완전 개방: 한전 전력망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이 산단 인근에 SMR을 지어 자가망 및 직접전력거래계약(Direct PPA)을 통해 전력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및 「전기사업법」상 SMR의 직접 전력 거래 허용을 법제화해야 한다.
'국민성장펀드 연계형 원전 인프라 펀드' 출시: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정책자금을 마중물(후순위 자본)로 활용하여, 일반 국민과 민간 금융이 안심하고 참여하는 공모형 원전 인프라 펀드 조성을 제안한다. 원전 전력 판매 수익을 국민과 배당으로 공유함으로써 한전과 정부의 재정 부담은 대폭 줄이고, 국민 수용성은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국부창출 해법이다.
⑤ 현장 중심의 인력체계 보완
'원자력 인재 U-턴' 파격적 세제 지원 및 정착금 제공: 탈원전 시기 해외나 타 산업군으로 이탈한 최고급 원자로 설계·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돌아올 수 있도록, 현행 해외 우수인재 복귀 세제 혜택(10년간 소득세 50% 감면)을 원전 분야에 우선 적용하고 정부 차원의 정착 연구 지원금을 매칭 제공해야 한다.
대학·대학원 내 'AI-원자력 융합 계약학과' 신설 및 확대: 성공적으로 안착한 '반도체 계약학과' 모델을 원전 분야에 전격 도입할 때다. 원전 자율운전 및 SMR 설계를 담당할 차세대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한전·한수원 및 원전 대기업 연계 100% 채용 조건의 대학·대학원 과정을 대폭 신설·확대하고 전액 장학금과 연구 생활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원전 마이스터고 확대 및 '숙련 기능공 기술 전수 아카데미' 운영: 현장 숙련 인력의 고령화와 기술 단절을 막기 위해, 은퇴 숙련공이 청년 기술자에게 1:1로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술 아카데미' 신설이 필요하다. 아울러 원전 특화 마이스터고를 권역별 거점으로 확대 지정하고 산학 연계 현장 실습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3. 기대효과
이러한 5대 제언이 현장에 안착된다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인 전력 난국과 주요국의 전력 자산화 흐름 속에서도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첨단 산업의 글로벌 성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는 경쟁국 대비 공기 2년 이상 단축, 전력 원가 절감, 무탄소 에너지 기반의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나아가 민간 자본과 우수 인재가 다시 유입되어 완벽히 복원된 국내 원전 생태계는 글로벌 SMR 및 대형 원전 수출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국가 자산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강력한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김경태 | 어니스트벤처스 부사장
20년 이상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서 활동한 첨단 소부장 전문 펀드매니저로서 100개가 넘는 투자업체에 2천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다양한 밸류업을 지원했고, 그중 32개 업체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 국내 벤처 생태계에 꾸준히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25년 한국벤처기업협회 창립 30주년 기념 공로상을 수상한 정통 벤처캐피탈리스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