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정체성 모호 논란과 투명하지 못한 예산 집행 실태를 고려할 때, 이제는 전면적 인적·구조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 국제e모빌리티 엑스포가 지금의 존폐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국제 전시회로 거듭나려면 조직위원회의 폐쇄적인 '1인 독점 의사 결정 구조'를 전면 손질하는 한편, 조직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동안 조직위는 막대한 도비를 지원받아 행사를 치르면서도, 정작 행정 당국인 제주특별자치도청과의 유기적인 소통과 협의를 외면한 채 독단적으로 운영돼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도청 관계자는 “도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전폭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IEVE조직위 측에서는 제주도와의 사전 협의보다는 독자적이고 폐쇄적으로 행사를 추진하려는 성향이 강해 실무적으로 협조하기 매우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내부의 뿌리 깊은 불만과 갈등을 토로했다.
이에 제주도청 역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예고하며 칼을 빼 들었다.
도청 관계자는 “올해 치러진 행사 결과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인 최종 결산 자료를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향후 조직위로부터 결산 자료가 제출되는 대로 실제 관람객 수의 거품을 걷어내고, 글로벌 전기차 및 빅테크 관련 업체의 실질적인 유치 실적 등을 엄정하게 검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년(2027년)도 사업 예산 심의의 경우 과거처럼 대충대충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세밀한 현장 심사와 검토를 거쳐 충분한 명분과 정당성이 입증될 때만 보조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에 미달하고 정산 부실이 이어질 경우 최악의 상황에는 보조금 지원을 아예 전면 중단(일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행사 참가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소수의 인맥과 관례라는 핑계로 이뤄지던 퍼주기식 예산 지원의 시대는 끝났다”며 “엑스포가 실질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행사장에서 단순히 실효성 없는 양해각서(MOU) 몇 장 체결하며 보여주기식 실적을 부풀리던 과거의 구태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전시회를 넘어 실제 계약 체결액, 투자 유치 규모, 수출 실적 등 데이터로 증명되는 '성과 중심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왜 글로벌 OEM 기업들과 테크 기업이 막대한 물류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이 아닌 제주를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차별화된 가치 제공에 대한 답도 내놓아야 한다.
뼈를 깎는 혁신과 투명한 정산 체계를 확립하지 못한다면 '제주 국제e모빌리티 엑스포'는 13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제주도를 위해서나, K전기차 업계를 위해서도 더 낫다는 게 중론이다.


윤대원 기자 yun1972@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