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 기술 경쟁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중국 IT 전문매체 36Kr는 최근 엔비디아(NVIDIA)가 L4(고도 자율주행) 시장 기술 방향을 흔들고 있으며, 자율주행 산업이 이른바 '2단 도약'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36Kr에 따르면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은 규칙 기반과 데이터 기반, 학습 기반 단계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스템은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에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인과관계와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지와 추론, 행동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 자율주행이 '많이 보고 학습하는 모델'에 가까웠다면, 피지컬 AI는 '상황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모델'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도로 환경에서는 학습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예외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공사 구간이나 갑작스러운 차량 진입, 예측하기 어려운 보행자 행동 등은 기존 방식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피지컬 AI는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과거 사례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향후 전개를 예측해 대응하는 능력을 목표로 한다.
36Kr는 이러한 변화를 자율주행 시스템이 '수동적 기억'에서 '능동적 사고'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세계모델(World Model)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의 결합이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모델은 현실 세계를 내부적으로 재현하고 미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며, 강화학습은 다양한 행동 전략을 가상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차량은 단순히 과거에 관측한 패턴을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가능한 결과를 예측하고 최적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율주행이 피지컬 AI의 대표 실증 무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36Kr는 샤오펑(Xpeng)의 차세대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과 니오(NIO)의 세계모델 2.0, 리오토(Li Auto)의 MindVLA 계열 프로젝트 등을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넘어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실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검증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동시에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기술 검증 기준도 매우 엄격하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은 피지컬 AI 상용화 가능성을 시험하는 가장 현실적인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율주행을 더 이상 자동차 산업의 개별 기능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향후 로봇과 물류, 산업 자동화,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피지컬 AI의 선행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클라우드, AI 플랫폼 기업들까지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다만 피지컬 AI가 곧바로 자율주행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도로 환경에서는 여전히 안전성 검증과 규제 체계, 책임 소재, 운영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도와 센서, 인식 정확도가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현실 세계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36Kr는 자율주행의 '2단 도약'이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산업의 문제 정의 방식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자율주행을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기계 지능 문제로 재해석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경쟁의 기준 역시 새로운 단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