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지인 제주특별자치도에서조차 존재감을 잃은 국제전시회가 있다. '제주 국제e모빌리티엑스포'다. 2014년 한국 대표 청정지역이자, 정부 전기차 보급 전략지구인 제주에서 출범해 매년 열리고 있으나 당초 취지와 방향은 흐지부지됐다. 이름뿐인 전시회가 최근 수년간 우리 산업계에 남긴 허상과 개선 대책을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해본다.
〈상〉 '50개국 500개사 참여?'…현대차·기아도 외면
13년이라는 긴 시간 대한민국 전기차 전환의 상징적 무대를 자처해 온 제주 국제e모빌리티 엑스포(IEVE)가 안팎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하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제주라는 지리적 한계와 고립을 친환경 모빌리티 '전기차'로 돌파하겠다던 꿈도 멈춰섰다.
전시회 명칭과 비전에 걸맞는 차별화된 구성 능력과 실질 비즈니스 연결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산업계에서의 영향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IEVE조직위원회는 매년, 차기 행사를 알리며 기업을 유치할 때마다 '50개국, 500개 기업 참여'라는 화려한 숫자를 내걸었다. 하지만, 직접 참여한 기업이나 업계 전문가의 평가 시선은 싸늘했다.
올해 13회 행사 평가 보고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조직위가 내세우는 숫자는 사실상 착시 효과를 노린 허수 마케팅이자 카피 문구에 가깝다”며 “국제 행사라고 하지만, 실제 전시장 규모나 참여 기업 면면을 들여다보면 내실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전시회 태생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진 구조적 한계는 국내외 주요 전기차 완성차 기업의 외면에 있다. 전기차나 e모빌리티의 미래를 논한다는 엑스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현재 국내 친환경차 시장과 글로벌 모빌리티 트렌드를 이끄는 현대차·기아는 물론 테슬라 등 선도 기업이 등을 돌린 상태다. 글로벌 톱티어 대기업의 참여와 관심이 끊긴 자리를 일부 스타트업이나 지방 중소기업, 관련 공기업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이 외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열리는 유사 전시회와 비교했을 때, 제주로 장비를 이동시키고 전문 인력을 파견하며 발생하는 항공료, 물류비, 숙박비 등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꼭 가야할 만큼 전시 참여 후속 효과,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되지 않는 점이 더 큰 불참 이유다. 전기차는 물론, 혁신적 e모빌리티 전반의 생태계와 공동 발전을 모색할 수 있으면 한번이라도 참여를 고려해봤겠지만, 현실 산업계와 동떨어진 '섬나라 잔치'였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고 섬까지 내려가 부스를 꾸며도, 그에 상응하는 비즈니스 성과나 유의미한 바이어 미팅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참가를 고려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귀띔했다.
행사가 13회에 이르기까지 쌓인 운영 노하우가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운영 미숙 논란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평가 보고회에서는 조직위원회의 업무 지속성 결여로 인해 주요 내빈에 대한 의전 사고가 발생하고, 전반적인 행사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속출했다.
심지어 비즈니스 소통의 가장 기본적 창구이자 글로벌 바이어들이 정보를 얻어야 할 공식 홈페이지가 행사 기간 중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대외적인 망신을 초래했다. 화려한 겉 포장과 달리 내실은 완전히 무너진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윤대원 기자 yun1972@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