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밀어낼 직업 1순위는 사무직? 주식시장이 내놓은 답은 정반대였다

주식시장은 이미 AI 시대의 승자와 패자에 조용히 돈을 걸고 있다. 그런데 380조 개의 토큰(AI가 처리하는 언어 단위)이라는, 모델 개발사 바깥에서는 최대 규모의 실사용 데이터를 뜯어보니, 시장이 점찍은 대상은 우리의 통념과 상당히 달랐다. 사람들은 흔히 계산과 분석에 강한 사무·과학 직종이 AI 수혜를 볼 것이라 생각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사람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일에 더 높은 값을 매겼다. 니콜라 보리(Nicola Borri), 유쿤 리우(Yukun Liu), 알레 치빈스키(Aleh Tsyvinski) 세 경제학자가 2026년 6월 발표한 논문 'AI 프리미엄(AI Premium)'은 주식시장이 매긴 AI 프리미엄의 실체를 데이터로 처음 계량화했다.

실사용 데이터로 계량화된 AI 프리미엄

AI 프리미엄(AI Premium)이란 AI에 더 많이 노출된 기업일수록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 저자는 400개가 넘는 대형 언어 모델의 실제 사용 기록이 모이는 오픈라우터(OpenRouter) 데이터에서 380조 개의 토큰을 분석해 이 프리미엄을 측정했다. 이 데이터는 전 세계 월간 AI 토큰 소비량의 약 2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로, 모델 연구소 바깥에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방대한 실사용 기록이다.

여기서 핵심 도구가 세 가지다. 먼저 AI 팩터(AI Factor)는 전 세계에서 실제로 소비된 AI 사용량, 즉 토큰 수와 지출 금액과 사용자 수의 증가율을 하나의 지표로 압축한 것이다. 다음으로 AI 베타(AI Beta)는 개별 기업의 주가가 이 AI 팩터와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AI 베타가 높다는 것은 그 기업의 주가가 세상의 AI 사용량이 늘고 줄 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이 AI 베타가 높은 기업이 실제로 더 높은 수익을 내는 현상이 바로 AI 프리미엄이다.

측정된 AI 사용량의 증가세는 가팔랐다. 분석 첫 주에 주간 114억 개였던 토큰 소비량은 마지막 주에 15조 6천억 개로 늘어, 관측 기간 누적 380조 8천억 개에 이르렀다. 약 1362배의 성장이다. 특정 신제품 출시 직후에 반짝 몰린 것이 아니라 2024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꾸준히 확산됐다는 점에서, AI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스며드는 기술임을 보여준다.

주당 64.1bp, AI에 노출된 기업이 더 벌었다

AI 베타가 가장 높은 기업들은 가장 낮은 기업들보다 주당 64.1bp(베이시스포인트, 1bp는 0.01퍼센트)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t값 2.84). 이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상위 노출 기업을 사고 하위 노출 기업을 파는 전략의 수익률이며, 규모·가치·수익성 같은 전통적 요인을 모두 걷어낸 뒤에도 주당 55.9bp가 남았다. 주당 0.64퍼센트라는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이것이 매주 쌓이면 1년이면 30퍼센트가 넘는 격차로 벌어진다. 투자자들이 AI에 더 노출된 기업을 보유하는 대가로 더 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프리미엄이 단순히 반도체나 빅테크 같은 AI 테마 주식의 최근 상승세를 되풀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 있다. 저자들은 이를 직접 검증했다. 고성장 기술주, 반도체 포트폴리오, AI·로봇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묶음의 영향을 각각 제거한 뒤에도 프리미엄은 주당 49.5bp, 45.4bp, 63.4bp로 여전히 살아남았다. 심지어 사람들이 구글(Google)에서 '인공지능'을 검색한 관심도까지 통제하자 프리미엄은 오히려 69.6bp로 커졌다. 시장이 값을 매기는 대상은 AI를 둘러싼 기대감이나 테마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AI 소비 그 자체라는 것이다.

프리미엄은 진지한 사용에만 붙는다

AI 프리미엄은 가볍게 써보는 사용이 아니라 돈을 내고 진지하게 쓰는 최전선의 사용에만 붙었다. 세 저자는 AI 사용을 여러 갈래로 쪼개 각각의 프리미엄을 따로 계산했는데, 결과가 한 방향으로 정연했다. 오픈AI(OpenAI)나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신 유료 모델 같은 폐쇄형 최전선 모델을 기준으로 잡으면 프리미엄이 주당 53.4bp(t값 2.47)였던 반면, 누구나 내려받아 쓰는 오픈웨이트 모델 기준에서는 32.3bp로 통계적 유의성이 흐려졌다.

사용자 유형으로 나눠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내는 핵심 사용자 기준 프리미엄은 66.8bp(t값 2.37)로 뚜렷했지만, 이제 막 유입된 신규 사용자 기준에서는 21.9bp로 사실상 사라졌다. 오래 써온 숙련 사용자 기준은 59.3bp, 짧게 써본 사용자 기준은 29.3bp였다. 프롬프트(AI에 입력하는 명령문)가 길고 복잡한 사용은 54.1bp, 짧은 사용은 33.0bp였다. 챗봇에 한두 마디 질문을 던져보는 수준의 사용은 시장이 크게 값을 매기지 않았고, 매일 업무에 깊숙이 붙여 쓰는 사용이야말로 기업 가치와 연결됐다는 얘기다.

지역으로도 갈렸다. 유럽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이 주당 17.9bp(t값 2.77)로 잡혔지만,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서는 5.0bp에 그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AI 개발과 도입의 최전선에 가까운 나라일수록 시장이 AI에 값을 매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프리미엄은 기술 기업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소매업과 소비재 내구재 산업에서 노출도가 가장 긍정적으로 나타났고, 반대로 헬스케어와 비내구 소비재에서는 가장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분석하는 일보다 대화하는 일이 앞섰다

시장이 매긴 AI 노출도는 분석하고 계산하는 일보다 사람과 소통하는 일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세 저자는 기업의 AI 노출도를 미국 노동 통계와 직무 정보 데이터를 통해 직업과 기술 단위로 옮겨봤다. 그 결과 소통, 설득, 교육, 새로운 시스템의 설치와 수리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상호작용 업무가 AI 팩터와 더 강하게 연동됐고, 과학·분석·운영 통제 기술은 오히려 약하게 연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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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별 AI 팩터 노출도 순위 (설치·설득·교육 상위, 과학·운영 통제 하위 / 출처: Borri·Liu·Tsyvinski, AI Premium, 2026, Figure 3)

그림1. 직업별 AI 팩터 노출도 순위 (설치·설득·교육 상위, 과학·운영 통제 하위 / 출처: Borri·Liu·Tsyvinski, AI Premium, 2026, Figure 3)

수치로 보면 대비가 선명하다. 상호작용과 소통 관련 업무 비중이 표준편차 1만큼 높은 직업은 시장이 매긴 AI 프리미엄이 0.36 표준편차만큼 더 높았다(t값 4.21). 사회적 기술은 0.16만큼 긍정적으로(t값 3.44), 정보 활용 기술은 0.29만큼 부정적으로(t값 -2.43) 작용했다. AI가 사무·분석직을 먼저 대체하고 사람 상대하는 일은 뒤로 밀릴 것이라는 통념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다만 이 수치는 특정 직업이 사라진다는 예측이 아니라, 그 직무에 AI가 얼마나 깊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를 시장 가격으로 환산한 값이라는 점을 함께 읽어야 한다. 회의실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영업 담당자와 데이터를 홀로 정리하는 분석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시장은 전자의 일에 AI가 더 깊이 들어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토큰의 절반을 차지한 에이전트 경제

AI가 스스로 도구를 호출하고 여러 단계를 처리하는 에이전트 사용이 2026년 무렵 전체 토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급부상했다. 에이전트(Agentic) 사용이란 AI 모델이 단순히 답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 도구를 불러 여러 단계의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다른 AI와 협력하는 방식을 말한다. 2024년만 해도 거의 0에 가까웠던 에이전트 토큰 비중은 분석 기간 말에 전체의 약 절반까지 치솟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사용량이 폭증하는 동안 에이전트 토큰 하나당 실제 지불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치솟는 AI 예산을 감당하려고 요청을 더 저렴한 모델로 효율적으로 나눠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저자들은 해석한다. 주식시장에서 이 에이전트 사용에 대한 노출은 개별 요인마다 주당 0.3에서 0.5퍼센트 수준의 긍정적 수익률과 연결됐다. 다만 표본 기간이 짧아 추정이 정밀하지는 않으며, 저자들은 이를 긍정적 에이전트 프리미엄의 초기 증거로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시장의 신호를 읽는 법

이 논문이 던지는 함의는 AI의 가치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깊고 진지하게 쓰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다. 시장은 화제성이나 테마가 아니라 실제 유료 사용, 그것도 최전선 모델을 오래 다뤄온 숙련된 사용에 값을 매겼다. 개인의 관점으로 옮기면, AI 도구를 몇 번 써봤다는 사실보다 업무에 얼마나 깊이 통합해 반복적으로 활용하는지가 차이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저자들도 인정하듯 이 데이터는 개발자와 숙련 사용자에 다소 치우쳐 있고, AI 확산의 초기이자 빠르게 변하는 국면을 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수치는 장기적으로 고정된 결론이라기보다 현재 시점에서 시장이 AI 노출에 매기는 가격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소통 직종이 분석 직종보다 유리하다는 결과 역시 고용이 실제로 어느 방향으로 재편될지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시장이 지금 무엇에 베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그 신호가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FAQ( ※ 이 FAQ는 본지가 리포트를 참고해 자체 작성한 내용입니다.)

Q. AI 프리미엄이 무엇인가요?

A. AI 프리미엄은 AI에 더 많이 노출된 기업일수록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 논문에서는 AI 베타가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보다 주당 64.1bp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Q. 왜 챗봇을 가볍게 쓰는 것은 시장이 값을 매기지 않나요?

A. 프리미엄은 돈을 내고 오래 써온 숙련 사용자와 최전선 유료 모델을 쓰는 진지한 사용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신규 사용자나 짧은 질문 위주의 가벼운 사용은 기업 가치와의 연결이 약하게 나타났습니다.

Q. 이 결과가 특정 직업이 사라진다는 뜻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 수치는 특정 직업의 소멸을 예측한 것이 아니라, 각 직무에 AI가 얼마나 깊이 맞물려 있는지를 시장 가격으로 환산한 값이므로 실제 고용 변화와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기사에 인용된 리포트 원문은 arXiv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명: AI Premium (Nicola Borri, Yukun Liu, Aleh Tsyvinski, 2026)
해당 기사는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 이 기사는 AI 전문 매체 ‘AI 매터스’와 제휴를 통해 제공됩니다. (☞ 기사 원문 바로가기)


AI 리포터 (Aireport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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