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 토큰증권 시대,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진짜 시장은 이제부터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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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토큰증권, 이른바 STO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한때 STO는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잘게 쪼개 사고파는 새로운 투자 방식 정도로 이해됐다. 그러나 최근 법률 개정으로 제도화의 큰 틀이 마련되면서 STO는 단순한 투자 유행을 넘어 제도권 자본시장의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STO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시장이 열릴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국내 토큰증권 제도화는 법률 개정 차원의 큰 틀은 마련된 상태다. 토큰증권 도입과 투자계약증권 유통을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26년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제도화 법의 시행 예정일을 2027년 2월 4일로 안내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곧바로 발행·유통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2026년은 하위법규, 감독규정, 가이드라인, 발행·유통·결제 인프라를 구체화하는 준비 기간에 가깝다. 금융위원회도 2026년 5월 협의체 회의에서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을 7월 중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제 시장의 윤곽은 해당 하위규정과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뒤 더 분명해질 전망이다.

토큰증권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이것이 가상자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름에 '토큰'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일반 코인과 비슷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토큰증권의 본질은 증권이다. 토큰증권은 증권의 권리를 블록체인 같은 분산원장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형식의 증권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내용상으로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따라서 공시, 투자자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인가·등록 요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등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의 틀 안에서 다뤄진다. 다만 구체적인 의무는 증권의 유형, 발행 구조, 공모·사모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인가 사업자가 토큰증권의 발행·중개·유통을 영업으로 취급하면 자본시장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토큰증권은 '디지털 포장지를 입은 증권'이다.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한우, 선박, 에너지 설비, 매출채권 같은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디지털 장부에 기록하고, 그 권리를 더 작은 단위로 사고팔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이 쓰일 수 있지만, 제도화 이후 투자자가 취득하게 되는 것은 코인이 아니라 특정 자산이나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을 권리라는 점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토큰증권 제도화에 앞서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성을 판단한 사례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22년 4월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했다. 당시 증선위는 투자자 권리와 재산을 사업자의 도산 위험과 법적으로 분리하고,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하는 등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요구했다. 이 사례는 국내 조각투자 시장이 단순한 플랫폼 서비스가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출발점이었다. 다만 이는 당시 상품 구조에 대한 판단이며, 이후 사업자는 투자자 보호 요건을 반영해 구조를 정비했다.

부동산 조각투자에서는 성과와 한계가 함께 드러났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는 2025년 서초 지웰타워 12층 매각을 확정하면서 다섯 번째 매각 사례를 만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자산의 최종 매각가는 45억5000만원, 예상 누적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약 25%, 카사의 누적 매각 총액은 513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사례는 조각투자가 단순히 소액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임대수익, 매각 절차, 투자자 의사결정, 수익 분배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앞둔 지금, 시장의 현실은 냉정하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은 투자중개업 인가를 확보하지 못한 채 2026년 상반기 서비스를 종료했고, 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이었던 카사 역시 신규 공모를 중단하고 보유 자산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며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상품을 팔던 사업자가 제도권 금융회사 수준의 인가 요건과 자본력, 내부통제를 갖추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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