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주 연산호 군락 '주저 앉았다'

KIOST, 세계 최초 '슬럼핑' 보고
연산호 붕괴…우리 바다의 '이상 신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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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호 붕괴 연구 이미지

제주 남쪽 바다를 형형색색 수놓던 연산호 정원이 2024년 여름 '주저앉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형태를 잃고 흐물흐물 늘어지다 끝내 부서져 내린 연산호 군락의 집단 붕괴를 학계에 보고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원장 이희승)은 김태훈 열대·아열대연구센터 연구팀이 제주 연산호 일부 군락이 형태를 잃고 무너지는 현상을 확인하고 세계 최초로 '슬럼핑(주저앉음)'이라 학술적으로 명명해 보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연구는 제주 환경단체 '파란'이 2024년 여름에 연산호 슬럼핑 현장을 사진으로 포착해 KIOST에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현장은 열대·아열대성 생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서귀포 해역으로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보호 지역이다. 연산호는 국제적으로 희귀 천연기념물이다.

연산호는 단단한 골격이 없고 몸속을 물로 채워 풍선처럼 형태를 지탱하기 때문에 주변 바닷물의 염분 변화에 민감하다.

연구팀은 연산호 슬럼핑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했다. 먼저 몸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고, 줄기가 힘없이 처지며, 몸통이 거꾸로 매달린다. 이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고, 끝내 녹아내리듯 형체가 부서진다.

슬럼핑 원인으로는 2024년 여름 제주 바다의 이례적인 환경 변화를 지목했다. 그해 여름 제주 남부 바다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평균 수온과 가장 낮은 평균 염분을 동시에 기록했다. 고수온으로 이미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던 연산호는 양쯔강에서 유입된 대규모 담수의 영향으로 50일 이상 장기간 저염분 환경에 노출돼 삼투압 조절 기능에 이상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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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호 슬럼핑 현상 5단계

상대적으로 농도가 높은 연산호 체내로 저염수가 유입되면서 체내 수압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연산호의 정상 기능과 구조 유지 능력을 크게 악화시켰다. 연산호를 지탱하는 힘이 삼투압 균형이고, 이 균형이 깨지면서 슬럼핑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저염분 지속 시간과 강도를 정량화한 새로운 지표 'DFW(Degree Freshening Week)'를 개발해 저염분의 순간적 강도보다 지속성이 연산호에 더욱 치명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 DFW에 따르면 최근 10년 가운데 2024년이 연산호가 가장 극심한 저염분 스트레스를 받은 해로 나타났다.

연산호는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바다의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바다의 카나리아'로 불린다. 이번 연구는 연산호의 생태적 중요성까지 학술적으로 규명해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김태훈 연구원은 “제주 연산호 군락의 손실은 해양생태계의 교란뿐만 아니라 어업과 관광 등 지역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수 있다”며 “사후적 확인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모니터링과 과학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기반 해양생태 감시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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