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누구나 만드는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은? 황선윤 11번가 디자인담당 조직장 “디자인의 본질은 생성이 아니라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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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황선윤 디자인담당 조직장

“인공지능(AI)이 잘하는 것은 생성·반복·변형·자동화입니다. 그러나 디자인의 본질은 생성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무엇이 맞는지, 왜 이게 더 나은지, 이 경험이 고객에게 어떻게 닿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황선윤 11번가 디자인담당 조직장은 오는 29일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바이브 시대의 UX·UI : 2026 하반기 트렌드와 AI 네이티브 실무 전략' 세미나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AI가 화면을 만들고 코드를 생성하는 시대에 디자이너의 자리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판단하는 역할'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의미다.

AI 전환을 조직 차원에서 직접 설계하고 이끌어 온 황선윤 조직장은 막연한 위기론 대신 현장에서 검증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하반기 UX·UI 실무자가 주목해야 할 흐름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디자인이 ‘AI가 읽는 언어’로...하반기 좌우할 3대 흐름

첫째는 'AI가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 구조로의 전환'이다. 황 조직장은 “이제 디자인 시스템은 디자이너만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AI가 읽고 생성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며 디자인 토큰(Design Token)과 시맨틱(Semantic) 구조를 그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둘째는 바이브코딩과 바이브디자인의 확산이다. 그는 “누구나 화면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실제로 왔다”며 “이 변화는 디자이너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더 본질적인 역할에 집중하게 만드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셋째는 고객 언어 설계의 중요성이다. 황 조직장은 AI가 콘텐츠를 생성하는 시대일수록 브랜드와 서비스가 고객에게 말을 거는 방식, 즉 UX 라이팅과 언어 설계의 일관성이 차별점이 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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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디자인 조직 AI 전환
월 200개 키 비주얼 안정 생산...11번가의 AI 협업 실험

이러한 흐름 속에서 11번가 디자인 조직은 무엇을 바꿨을까. 황 조직장은 가장 먼저 바꾼 것으로 '디자인의 구조'를 들었다. 그는 “기존에는 컴포넌트 중심으로 설계했다면, 지금은 AI가 이해할 수 있는 시맨틱 레이어와 프로덕트 블록(Product Block)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 흐름도 '기획→디자인→개발'에서 '문제 정의→구조 설계→생성'으로 재편됐고, 커서(Cursor)와 AI 에이전트를 실제 업무에 연결하는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AI 시대에도 바꾸지 않은 것'으로는 디자이너의 판단과 기준을 꼽았다. 예컨대 '200,000P'를 '20만 포인트'로 표기할지, 같은 정보라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AI는 생성하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그 책임을 지는 사람이 디자이너이고, 그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조직에 AI를 들이는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황 조직장은 “초기에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디자이너가 쓰는 게 맞나'라는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설득 대신 '함께 써보는' 방식을 택했다. 황 조직장은 “직접 써보면 AI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명확하게 보인다”며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다듬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디자이너 고유의 역할이 뚜렷해진다. 그 경험이 가장 좋은 설득이었다”고 했다.

가장 큰 시행착오는 '일관성'이었다. 그는 “처음엔 결과물 퀄리티에 집중했는데, 진짜 문제는 스타일과 언어의 일관성이었다”며 “브랜드 폰트, 이미지 스타일, 고객 언어를 얼마나 정밀하게 정의하고 구조화하느냐가 AI 활용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AI를 잘 쓰려면 결국 디자인 시스템이 탄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도 구체적이다. 대표 사례로는 프로모션 키 비주얼 생산을 들었다. AI 도입 이후 월 200개 수준의 키 비주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속도와 비용 모두에서 분명한 변화가 나타났다. 황 조직장은 “무엇보다 디자이너가 반복 생산보다 기준 설계와 방향 판단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1번가는 가까운 시기에 바이브디자인으로 자사 프로덕트 화면을 만들어가는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완성도보다 문제 정의”...‘대체 아닌 재정의’의 시대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황 조직장은 평가와 채용의 기준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이전에는 결과물의 완성도를 많이 봤다면, 지금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더 본다는 것이다. 그는 “툴은 AI가 채워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왜 이 구조여야 하는지, 이 판단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만드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디자이너”라고 말했다. 11번가가 원하는 인재상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AI 도구를 동료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고객의 경험을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빠르게 실무를 잠식하는 AI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디자이너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불안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AI가 강해질수록 그 판단의 무게는 더 커진다”며 “대체가 아니라 역할의 재정의”라고 거듭 강조했다.

황 조직장은 디자이너의 생존법을 묻는 질문 자체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역할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툴이 아무리 강해져도 무엇을 만들 것인가, 왜 만들 것인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는 디자이너의 몫”이라며 “지금이 오히려 디자이너다운 디자이너가 빛나는 시대”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조직의 전환을 직접 이끌어 온 리더의 단단한 통찰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한편 황선윤 조직장은 29일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바이브 시대의 UX·UI : 2026 하반기 트렌드와 AI 네이티브 실무 전략' 세미나에서 '누구나 만드는 시대, 결국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번 행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행사 페이지(https://conference.etnews.com/conf_info.html?uid=497)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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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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