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생 중 상당수가 취업을 못하고 있어요. 예년에 비해 취업률이 너무 떨어졌어요. 취업을 못한 학생들을 모아 학교 차원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 위치한 중상위권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교수 말이다. 한때 취업보증수표로 불리던 컴퓨터공학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몇년 전까지만도 취업률도 높고, 연봉도 높아 선호도 '탑'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미국 뉴욕 연방은행 조사에서는 컴퓨터공학, 컴퓨터사이언스가 취업이 안되는 학과 랭킹 2위와 4위를 기록했다.
원인은 분명하다. 인공지능(AI) 때문이다. AI가 주니어 개발자를 대체하고 있다. 과거 신입 개발자가 버그 수정, 테스트 코드 작성 등 반복적 구현 업무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이 일을 AI가 한다. 기업은 개발자를 채용하더라도 초급이 아닌 중급 이상의 경력개발자만 찾는다.
최근 만난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는 더이상 자바 개발자는 채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어떤 개발자를 채용하냐고 물었더니, AI를 잘 사용하는 개발자를 채용한다고 했다. 또 다른 IT개발업체 대표는 왠만한 시스템 구축 사업은 내부 AI조직이 수행해, 외주 사업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한 AI도입을 적극 추진한다. 절감할 비용 중 가장 큰 비용은 인건비다.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더이상 인력을 늘리지 않고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것이 깔려있다.
컴퓨터공학 졸업생이 취업을 하기 힘든 이유가 넘쳐난다. 그렇다면 한때 앞다퉈 학과를 개설하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컴퓨터공학 전공이 내리막길을 가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AI가 대체하는 것은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지, 소프트웨어(SW)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AI시대, AI를 활용하기 위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은 더욱 필요하다.

해당 분야의 도메인을 잘 알고, AI를 적용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지, 이를 설계하고 검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육도 변화해야 한다. 컴퓨터공학 학생들도 변화해야 한다.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할 때, 마부라는 직업은 사라졌지만, 자동차 관련 수 많은 직업들이 새로 생겨났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컴퓨터공학 교육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교육에서 설계와 검증을 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요구사항을 분석해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고 코드 오류와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성능을 평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코드를 만드는 것보다 읽고 판단하는 실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 프로그래밍만이 아닌,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산업을 이해헤야 한다. 금융, 제조, 의료, 유통 등 모든 분야에 AI가 적용된다. 그러나 AI 적용이 목적일 경우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간다. AI를 적용하는 것은 하나의 수단이다. 해당 산업을 이해하고 왜 AI 적용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과거에 비해 취직하기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당분야에 취직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하나의 능력만으로는 취업이 어렵다. 특히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결국 융합적 사고력 기반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 취업의 핵심이다. 조기 인재양성도 그러하다. 6월 20일 전국 13곳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리는 제12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사고력 올림피아드(ASTO)도 AI 시대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