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사실상 종료 절차에 들어가면서 중동 정세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 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향한 '청구서'를 꺼내 들지 관심이 쏠린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해상 교통로다.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국제 원유는 물론 각종 원자재 등을 둘러싼 글로벌 물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관심은 전후 처리 문제다. 미국은 이란 재건과 해상 안전 확보 과정에서 동맹국들의 역할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미국은 걸프 우방국들에 450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펀드' 조성을 압박하고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비용 부담을 둘러싼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는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영국과 프랑스 등 우방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내 기뢰 제거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해상 봉쇄를 해제한 만큼 해협 이용국들도 위험과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뢰 제거 문제는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해협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원유와 LNG 운송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내 정유·석유화학·해운업계가 종전 합의 이후에도 해상 물류 상황을 주시하는 이유다.
이란 재건 사업 역시 국내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전력망과 통신시설,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복구가 본격화될 경우 건설·플랜트·에너지 분야에서 대규모 사업 발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은 중동 지역에서 발전소와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각종 인프라 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와 재건 자금 조성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동맹국들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비용과 재건 부담 분담을 요구할 경우 한국 역시 역할을 요청받을 수 있다. 기뢰 제거와 해상 안전 확보 문제가 파병이나 군사 지원 논의로 확대될 경우 정부와 기업 모두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