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규제가 혁신을 앞서면, 피해는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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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온라인 플래폼 공정화법을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입점업체 보호와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이라는 취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강화와 소비자 보호 필요성에 대해서도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경영학자의 시각에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이 법이 실제로 소상공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

플랫폼 경제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효율성과 가치는 더욱 커지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이 한국 및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단기간 내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인프라와 소비자 경험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 결과 오늘날 수많은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국 단위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방의 중소 식품업체나 영세 뷰티 브랜드 상당수는 플랫폼 기반 물류와 마케팅 시스템을 활용해 수도권과 해외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과거라면 대기업 유통망에 의존해야만 가능했던 일, 또는 불가능했던 시장에의 접근이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온라인 플랫폼공정화법에서 논의 중인 일부 규제 방식은 이러한 성장 메커니즘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 가격 및 거래조건에 대한 경직적 개입이나 획일적인 사전 규제는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물류·기술·보안 투자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 투자 감소는 서비스 품질 저하와 소비자 이탈로 이어지고, 결국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매출 기반 역시 함께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규제 논의는 거래 관행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 및 동일인 지정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 지배력에 대한 감시와 투명성 확보는 매우 정당한 정책 목표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 구조와 빠른 혁신을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에게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규제 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혁신 기업의 성장이 곧 규제 리스크 확대라는 인식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투자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다. 플랫폼 산업을 향한 과도한 규제 신호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류, 핀테크, AI, 클라우드 등 연관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창업 생태계가 냉각되면 결국 미래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기반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쟁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국내 플랫폼과 해외 기반 글로벌 플랫폼이 동시에 경쟁하는 복합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와중 정작 국내 플랫폼을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에게 과도한 제약을 하고 있다는 인상만 주고 있는 정책당국의 작금의 상황은, 국내 플랫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잘못된 인상을 타 국가들과 해외기업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이들의 한국에의 투자와 서비스 확대를 축소하게 하고,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에 대한 경제적 제재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누구에게도 득될 것이 없는 과잉 규제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결국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가 부담하게 된다.

플랫폼 생태계 내 불공정 거래 관행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며 개선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규제의 양이 아니라 규제의 정밀도다. 현 당국의 정책들이 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들임을 많은 산업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산업 전체의 혁신 역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플랫폼의 위축이 아니라 공정하고 균형 잡힌 성장이 가능한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다. 규제가 혁신을 앞서가기 시작하면, 그 비용은 결국 규제가 보호하려 했던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유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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