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민 안전보건, 농촌진흥청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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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충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헌법의 최고가치는'인간의 존엄과 가치'이고 기본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 확보다. 일하는 사람의 생명을 지킨다고 함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해야 함을 의미하고, 또한 일터에서 건강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0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노동자의 사고 사망을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농업 분야는 직업적 안전보건에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로 평가된다. 농민은 장시간 노동, 불편한 작업자세, 폭염·자외선, 농기계 사고 등 다양한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돼 중대재해 및 직업성질환의 위험이 높고 실제로 일반 산업보다 재해발생율이 높다. 그러나 대부분 농가가 가족 중심의 소규모 영세 자영농으로 체계적 안전보건 관리가 어렵고, 고용-피고용의 관계가 명확한 사업장 위주의 산업보건제도에서 취약한 분야에 놓이게 된다. 농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는 그동안 그리고 현재도 산업안전보건법의 영역 밖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인 연구와 국제협력을 해왔고, 2016년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제정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현장 중심 안전관리 정책은 기대가 크다. 특히 안전관리 전문가가 직접 농가를 방문해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농작업 안전컨설팅' 사업은 실질적인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전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농업인에게는 복잡한 법·제도보다 현장을 찾아와 함께 위험 요인을 개선해 주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농촌진흥청은 작년에 처음으로 농작업 안전관리자 사업을 운영한데 이어, 올해는 44개 시군 88명으로 확대해 추진 중이다. 향후 전국 단위의 안전관리 체계로 확산하고 농민이 원하면 바로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또 폭염은 농민의 심각한 재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선도농업인을 중심으로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농촌진흥청의 '현장 밀착형 예방 체계'는 의미 있는 시도다.

향후 더 강화하여야 할 분야로는 다음을 제안한다. 첫째, 사고 사망뿐 아니라 직업병으로 인한 농민의 건강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2024년도 산업분야 질병 사망자는 1271명으로, 사고사망자 827명보다 훨씬 많다. 농작업에도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직업병의 위험요인이 많기 때문에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예방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둘째, 농업분야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관리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은 안전보건에서도 취약하며 삶의 전반적인 조건에서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다른 부처와 다각적 협력으로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노동 안전보건 시스템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고용노동부 특히 안전보건공단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실천해야 한다. 이 기관들이 경험해 온 다수의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이 농민에게도 확장될 수 있도록 다각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의 식량안보와 국민 생존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 산업이며, 농업인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은 곧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과 같다. 농작업재해 예방을 위한 농촌진흥청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체계적인 시스템, 인력 양성, 안정적인 예산, 그리고 전문 조직 등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현장 중심 예방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고 지원하는 농촌진흥청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csy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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