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취업경쟁이 부른 '학점 지우고 숨기고'…대학가 번지는 '학점 리터칭' 또 다른 스펙 경쟁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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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듀플러스가 챗 GPT와 함께 생성한 이미지

대학가에 학점을 지우고 숨기는 '학점 리터칭' 수요가 거센 가운데, 학점포기제 확대 등 성적조정 제도가 또 다른 스펙 경쟁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점포기제 확대 또는 도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 대학 총학생회가 관련 내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학생처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생들 학점이 상향 평준화 돼 기업에서는 변별력을 위해 다른 스펙을 요구하게 되고, 학생들은 여러 스펙을 쌓는데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덕여대는 올해부터 일정 기준 이하 성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학점포기제를 도입했고, 경희대 서울·국제캠퍼스 총학생회는 학점지우개 제도 확대를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양대는 지난해 일부 학점을 포기할 수 있는 학점포기제를 12년 만에 재도입했고, 고려대는 폐지 과목에만 제한됐던 학점 포기 대상을 전체 과목으로 확대했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사실상 '학점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연세대 '에브리타임'에는 성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일반 성적 대신 이수·미이수(S/U·Satisfactory/Unsatisfactory)방식 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S/U 꿀강 추천' 같은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초 S/U 제도는 학생들이 낯선 분야에 도전하도록 학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사실상 학점 조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U로 신청한 이후 다른 과목에 비해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학생들이 학점 관리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취업과 진학 중심의 경쟁 구조가 자리한다. 로스쿨과 대학원 진학, 공기업·금융권 채용 과정에서 학점 평균(GPA)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학점이 사실상 미래 기회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학점 조정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경우 학점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오히려 자격증·인턴 등 또 다른 스펙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점 자체의 변별력이 약해지면 기업과 대학원은 학점 외 다른 평가 요소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옥경 한국교육개발원(KEDI) 대학혁신연구센터 소장은 “취업과 진학 과정에서 학점이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다 보니 학생들에게 학점은 미래 기회와 직결되는 지표로 인식된다”며 “낮은 성적을 아무 기록 없이 삭제하면 성적표가 실제 학습 이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기업이나 대학원이 학점 외 다른 평가 요소를 강화하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마다 운영 기준이 달라질 경우 취업·진학 과정에서 대학별 유불리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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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제도 운영 기준을 둘러싼 혼란을 줄이기 위한 공통 가이드라인 필요성과 기준 마련도 제기된다.

조 소장은 “교육부와 대교협 차원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질 관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학점포기제를 운영하더라도 성적표에 포기 이력을 남기는 등 기록 보존 원칙은 전제돼야 하며, 포기 가능 학점과 횟수에도 제한을 두는 등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들도 학생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학점포기제 확대는 성적 인플레이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학생 요구와 학점 공신력 사이에서 대학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재수강이 불가능한 폐강 과목이나 장기간 미개설 과목은 낮은 성적을 만회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학점포기제 요구에는 현행 학사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달라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점을 무분별하게 지우는 제도가 확산되면 대학 성적의 대외 공신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학생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학점포기제도의 조건 확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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