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AI 금융 승부처는 '인프라'…계정계·클라우드 재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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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금융권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서비스에서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가 실제 금융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AI 경쟁은 모델이 아니라 인프라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H농협은행은 AI 에이전트가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지능형 코어뱅킹'을 구현한다. 이를 위해 IBM 파워10 기반 서버 '파워 E1180' 20대를 도입해 코어뱅킹과 재해복구(DR) 시스템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 256코어와 64TB 메모리를 갖춘 하이엔드 장비로,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 네오' 핵심 인프라다.

우리은행은 계정계 실행 서버를 유닉스에서 리눅스 기반 x86 구조로 전환한다. 단일 고성능 서버 중심 구조에서 분산 처리 구조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권에서 계정계는 안정성을 이유로 구조 변화가 제한적이었던 영역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AI를 코어뱅킹까지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프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성능 서버 투자는 사실상 필수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계정계는 가장 보수적인 영역”이라며 “이걸 바꾼다는 것은 AI와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른 확장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데이터 처리 체계를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한다. 계정계는 유지하면서 데이터·분석을 담당하는 정보계를 AWS 기반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코어는 내부, 데이터는 외부로 나누는 구조 전환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권 한 IT 담당자는 “AI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 처리 속도에서 갈린다”며 “정보계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순간 게임의 규칙이 바뀐다”고 말했다.

물리적 인프라 경쟁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IBK기업은행은 하남 데이터센터 전력망을 완전히 이중화하고 20㎿ 규모 예비 전력을 확보했다. AI와 클라우드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데이터 처리 방식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농협상호금융은 오라클 골든게이트를 도입해 전국 데이터를 1초 미만 지연으로 통합하는 실시간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시간 분석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치 구조에서는 AI가 즉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며 “실시간 데이터 체계가 구축되어야 진짜 AI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권 데이터 아키텍처 전반의 재설계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거래 안정성과 장애 대응이 최우선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 활용 속도와 확장성이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클라우드, 분산 서버, 그래픽처리장치(GPU), 실시간 데이터 기술이 결합한 구조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AI 경쟁은 '누가 더 좋은 AI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AI를 돌릴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갖추느냐'의 싸움으로 귀결된다”며 “인프라를 선점한 금융사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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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AI 인프라 전환 현황 - [자료= 전자신문 취재 종합]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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