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석유·나프타 공급 불안이 현실화되자 정부가 플라스틱 산업 구조를 '수입 원료 중심'에서 '재생 자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탈플라스틱 정책을 환경 규제를 넘어 자원안보 전략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 전망치 대비 신재(新材) 사용을 3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국내 폐플라스틱은 2024년 약 780만톤에서 2030년 100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100만톤을 원천 감량하고, 200만톤은 재생원료로 대체해 실질적인 신재 기반 폐기물 발생량을 700만톤 수준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책은 '원천 감량-재생원료 확대-일회용 축소'로 이어지는 3축 전략으로 구성됐다. 우선 생산·유통 단계에서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인다. 화장품 용기, 비닐봉지 등은 종이 등 대체재로 전환을 유도하고, 배달용기와 택배 포장재는 구조적 경량화와 과대포장 규제를 통해 감량을 추진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는 시장 진입 제한까지 검토한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한국형 에코디자인'도 도입된다. 재활용 용이성, 내구성, 수리 용이성을 반영한 설계 기준을 마련해 순환이용성을 구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폐기물 부담금 역시 재생원료 사용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해 기업의 소재 전환을 유도한다.
재생원료 확대는 이번 정책의 핵심 축이다. 정부는 페트병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을 현재 10%에서 2030년 30%까지 높이고,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기반 식품·화장품 용기와 비닐류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사실상 재생원료를 통해 나프타 수입을 대체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종량제봉투 등 주요 품목에 재생원료 설비 투자와 스마트 제조 전환을 지원하고, 재생원료 가격이 신재보다 높은 경우 시장 안정화 방안도 병행 검토한다. 재생원료 인증제와 공공 구매 확대를 통해 초기 수요도 확보한다.
그동안 소각·매립되던 폐플라스틱의 순환이용도 강화된다. 폐의류, 일회용컵 등 재활용 사각지대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광학선별기와 전처리시설을 확충해 회수율을 높인다. 폐비닐은 열분해를 통해 재생 나프타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대 적용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정책도 병행된다. 장례식장, 공공기관, 스포츠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전환을 확대하고, 개인 컵 할인제 등 소비자 참여형 제도를 확산한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플라스틱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 폐자원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순환경제를 전 산업으로 확산해 '자원 순환형 경제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중동전쟁은 위기이지만, 수입자원에 의존하면서도 제품을 대량생산-폐기하는 선형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할 기회로도 작용한다”라며, “원천감량과 순환이용이라는 핵심과제를 힘 있고 신속하게 추진해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탈플라스틱 경제를 실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