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대에 아내를 버린다?…'알파인 이혼'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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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18일 자정 오스트리아 그로스글로크너산 정상 인근에 보이는 토마스 P.와 여자친구의 헤드라이트. 사진=포토웹캠/호이트 캡처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한 전문 산악인이 여자친구를 고산지역에 홀로 남겨두고 하산해 여자친구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비슷한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틱톡·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최근 몇 달 간 '알프스식 이혼(alpine divorce)'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알프스식 이혼이라는 용어는 스코틀랜드계 캐나다 작가 로버트 바가 1893년 집필한 단편 소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소설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기 위해 스위스 알프스로 데려가 사고사를 유도하는 행위를 알프스식 이혼이라고 묘사한다.

이 용어는 2025년 1월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시 화두가 됐다. 전문 산악인 토마스 P.가 여자친구와 함께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그로스글로크너산을 등반한 뒤, 체력을 소진한 여자친구를 버려두고 홀로 하산한 사건이다. 여자친구는 영하 20도에 달하는 고산 지대에 방치돼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토마스 P.는 과실치사 혐의로 올해 2월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형 및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전 여자친구는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2023년에 같은 산에 버려진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에서는 '알프스식 이혼'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같은 경험을 한 여성들의 사연이 이어졌다. 생명에 지장을 주는 수준의 위험은 아니지만, 등산 도중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파트너를 배려하지 않고 혼자 앞서간 사연에서도 '알프스식 이혼'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한 틱톡커는 외딴 산길에 홀로 남은 자신의 모습과 함께 “하이킹을 함께 간 파트너가 당신을 혼자 남겨두고 갔다. 그리고 당신은 그가 처음부터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라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은 5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썸을 타던 남자가 나보다 몇 마일이나 앞서가고 있다”는 글을 올려 19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등산이 취미인 로리 싱어도 CNN과 인터뷰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친한 남성 동료와 네바다 산맥을 가로지르는 하이킹 코스에 갔다가 고산병으로 걷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싱어는 “동료가 점점 멀어져서 너무 무서웠다. 한 시간 이상 걷고 나니,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가 '해낼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동료는 지친 싱어에게 계속 등산할 것을 권유했지만, 싱어는 그와 헤어지고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등산객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하산했다. 그는 당시 고산병으로 뇌가 부어올라 회복에 몇 주가 걸렸다고 전했다.

행동 심리학자이자 관계 코치인 조 헤밍스는 “가해자들은 흔히 회피형 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들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타인과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면서 “또한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위험한 장소로 유인한 후 버린 경우, 가해자는 인격 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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