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차이나] “AI 경쟁, 성능에서 '조합'으로”…딥시크가 던진 다음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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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시장에서 2026년 봄 가장 주목받는 화두 가운데 하나는 딥시크의 차기 모델이다. 4월 초 공개된 테스트 화면은 기존의 단순한 검색과 추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Fast(빠른 응답), Expert(심화 추론), Vision(이미지 이해) 등으로 분화된 모드를 보여주며 방향 전환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하나의 범용 모델로 경쟁하던 단계에서 목적별로 다른 모델과 경험을 조합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변화의 핵심은 더 이상 '성능이 좋다'는 한 줄 설명만으로 시장을 설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빠른 응답이 필요한 사용자, 깊은 추론이 필요한 전문가, 이미지와 화면까지 이해해야 하는 사용자 등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진 집단에 각기 다른 점을 제공하는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모델 자체의 성능 경쟁이 제품 설계와 사용자 경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종종 중국 AI를 가격 경쟁력 중심 추격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딥시크 사례는 이러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은 단일 모델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 세분화와 서비스 구조, 인터페이스 설계, 나아가 자국 칩과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까지 결합해 시장에 내놓는다. 성능뿐만 아니라 공급망과 제품 구조를 동시에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 방식 차이도 드러난다. 미국이 최첨단 모델과 폐쇄형 생태계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구축해왔다면, 중국은 다층적인 제품군과 빠른 상용화 능력을 앞세운다. 방대한 사용자 규모와 밀집된 앱 생태계, 다양한 실험 환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이 실제 사용 현장에서 빠르게 검증되고 확산되는 구조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은 연구실의 성과보다 시장에서 더 빠르게 진화한다.

딥시크의 다음 행보가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모델 고도화가 아니다. AI를 어떻게 상품화할 것인지, 어떤 사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국 기술 스택을 얼마나 깊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다. 결국 경쟁의 초점은 개별 모델의 성능 점수가 아니라, 여러 모델과 모드를 하나의 사용자 경험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엮어내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과 정책 당국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단일 모델의 성능 향상에 집중하는 접근이 여전히 유효한지, 혹은 산업별·사용자별 요구에 맞춘 다층적 제품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이 문제를 시장에서 실험하고 있으며, 딥시크의 차기 버전은 그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 AI 경쟁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촘촘한 제품 구조를 설계했는지가 새로운 질문이 되고 있다. 딥시크의 다음 버전은 그 질문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던지고 있다.

※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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