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IT쇼(WIS) 2026에서 열린 'K-피지컬 AI 라운드테이블'은 정부와 현장 기업이 피지컬AI 기술 자립화 실전 전략을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엔비디아 중심의 글로벌 AI 생태계 독점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선도기업들은 제어 기술, 데이터 인프라, 합성 데이터 등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놓으며 국내 피지컬AI의 현재 수준과 과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WIS 2026 부대행사로 'K-피지컬AI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장영재 KAIST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류제명 제2차관과 최홍섭 마음AI 대표, 김기훈 모벤시스 대표, 심상호 마키나락스 CTO, 이주행 페블러스 대표가 참석해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행사는 '피지컬 AI 풀스택 자립화로 열어가는 산업 강국 코리아'를 주제로, 기술 자립·데이터 인프라·산업 실증 세 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김기훈 모벤시스 대표는 20년 이상 반도체 분야에서 외산 제어기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해 온 경험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현재 피지컬 AI의 실행 계층은 엔비디아 GPU와 별도의 하드웨어 로봇 컨트롤러를 조합해 사용하고 있다”며, “저희는 이를 소프트웨어로 통합해 기존 모션 오차를 85%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모벤시스는 철저한 모듈화 설계를 통해 엔비디아 GPU 외에도 인텔 CPU 기반 플랫폼에서도 동일하게 동작하도록 구현, 하드웨어 의존성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산 GPU·AI 모델이 나오더라도 어렵지 않게 협업해 완전한 국산화가 가능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최홍섭 마음AI 대표는 피지컬 AI 데이터의 구조를 크게 세 축으로 설명했다. 숙련 작업자의 행동을 촬영한 관찰 데이터, 사람이 로봇을 직접 조정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텔레오펴레이션 데이터, 현실에서 수집하기 어려운 엣지케이스를 위한 시뮬레이션 데이터 등이다. 최 대표는 “피지컬 AI를 실제로 구현해 보면 화려한 데모 아래에 빙산처럼 거대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반도체 솔루션 스택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며 “세 가지 데이터를 적절한 비율로 관리하는 파이프라인이 피지컬 AI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를 사냥하는 게 아니라 재배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주행 페블러스 대표는 '데이터 그린하우스'를 소개하며 “실제로 필요한 것은 1%의 이상 상황 데이터”라며, 무조건적인 데이터 증량 대신 데이터 진단·처방·다이어트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데이터 종합병원'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0만 건의 데이터를 오히려 97% 줄인 뒤 딥러닝 대신 클래식 머신러닝을 적용해 더 높은 성능을 확보한 사례도 공유했다.
심상호 마키나락스 CTO는 제조 현장에서의 AI 도입은 '스몰 석세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 CTO는 AI가 단차 불량을 감지한 뒤 데이터를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제 라인에서 반영하는 과정을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를 공유했다. 이 사례의 사업적인 가치는 9억원 수준이었다. 그는 “센서 데이터나 영상 데이터뿐 아니라 작업자의 암묵적 노하우 같은 비정형 데이터까지 반영해 지속적으로 성능이 향상되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류제명 2차관은 지난 1월 CES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피지컬 AI의 챗GPT 모먼트'를 선언한 사실을 언급하며, “기술 진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엔비디아는 이미 수년 전부터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월드모델 코스모스, 옴니버스 등 피지컬 AI 풀스택에 대한 투자를 내부적으로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독점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LLM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 AI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