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은 진현규 기계공학과 교수, 통합과정 김준석 씨 연구팀이 정종률 충남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카오반 푸억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전기를 거의 쓰지 않고도 정보를 저장하고 유지하는 메모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최대 66배 이상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초저전력 메모리로 이어질 수 있어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력을 얼마나 줄이면서도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작은 도시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새로운 메모리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스핀트로닉스'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로, 전자의 스핀 방향이 '0'과 '1'의 정보가 된다. 특히, 전류가 흐르지 않는 '자기절연체' 기반 스핀트로닉스 소자는 발열에 의한 에너지 손실도 적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하지만 기존에는 대부분 강한 전류를 흘려야만 스핀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온도 변화를 이용한 방식이 대안으로 제안되었으나 온도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 스핀 방향도 함께 되돌아가, 전원이 꺼져도 상태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구현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열 이력(thermal hysteresis)' 현상으로 해결했다. 열 이력은 온도를 올렸다가 내려도 바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일정 구간 동안 유지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가돌리늄 철 가넷(GdIG)'과 '홀뮴 철 가넷(HoIG)' 두 종류의 희토류 철 가넷을 쌓아 이중층 구조를 제작했다. 두 물질은 모두 자석처럼 반응하지만 온도에 따라 스핀 방향이 변하는 방식이 달라, 특정 온도 구간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더 안정적으로 선호하게 된다. 여기에 두 층 사이 강한 결합과 각 물질이 가진 고유한 자기 방향성이 더해지면서, 특정 온도 범위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자석 방향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쌍안정성'이 구현됐다.
이 현상은 줄다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두 물질은 서로 줄을 당기는 두 팀이고, 온도는 각 팀의 힘을 키우거나 약하게 만드는 응원이다. 한쪽이 우세해지면 줄은 그 방향으로 넘어가고, 바닥 마찰력 덕분에 응원이 줄어도 쉽게 다시 뒤집히지 않는다. 이처럼 한 번 바뀐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바로 비휘발성의 핵심이다. 외부 조건이 변하더라도 상태가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 '기억 가능한 상태'를 만든 것이다.
진현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온도 변화만으로 스핀 방향을 제어하고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AI 시대에 요구되는 초저전력 메모리 소자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앞속커버(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