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방위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이란 전쟁의 확산에 의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석유공급의 안전성을 위협해 유가 급등과 관련 공급망의 극심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안보가 군사력뿐 아니라 산업기술과 공급망 경쟁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첨단 무기체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그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첨단 소재 기술의 중요성과 함께 안정적 생산을 포함해 공급망(supply chain)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소재가 탄소복합재다. 탄소복합재는 탄소섬유와 수지를 결합해 만든 소재로, 금속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동일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무게는 크게 줄일 수 있어 우주항공과 방산, 에너지 신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경량화와 고강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우주항공과 방위산업에서 핵심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주요 방산 시스템에서도 탄소복합재의 활용은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대표적 스텔스 전투기인 F-35 라이트닝 II는 기체 구조의 약 35~40%가 탄소섬유 복합재로 구성됐다. 이러한 경량 구조는 연료 효율 향상과 작전 반경 확대뿐 아니라 기체 강성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리호를 비롯한 우주발사체와 미사일, 드론, 무인기 개발 역시 경량화와 내열·내한, 기계적 강도 등 특수한 물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소복합재를 사용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의 드론과 무인기는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 무기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장시간 체공이 요구되는 드론은 기체 중량을 줄이는 것이 곧 작전 반경 확대와 작전 효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중대형 군용 무인기는 기체 구조의 50% 이상이 복합소재로 제작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미사일 체계에서도 탄소복합재는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고체로켓 모터케이스는 고온·고압을 견디면서도 경량화가 필요해 탄소복합재 적용 비율이 30~60% 수준에 이른다. 이는 미사일 사거리와 기동 성능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도 탄소복합재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10년간 성공적 개발 및 시험 운전을 마치고 양산생산단계에 이른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인 KF-21 보라매 역시 주요 구조체의 약 25%에 탄소복합재가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탄소복합재는 방위산업 분야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무기체계 개발 역량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핵심 소재 산업 생태계는 아직 충분히 성장했다고 보기 어렵다. 핵심 소재를 해외에 의존할 경우 공급망 불안이나 기술 통제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복합재 산업 육성은 단순한 소재 산업 정책을 넘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과 첨단 소재 산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소재 및 방산 기업,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연구개발(R&D) 생태계를 확대해야 한다. 또 국산 소재가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될 수 있도록 시험과 실증 환경을 강화하는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
첨단 무기체계 경쟁이 심화하는 오늘날 소재 기술은 방위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탄소복합재는 경량화와 고성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 첨단 소재로, 방위산업 분야 활용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소복합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실제 방위산업 분야로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체계적인 협력과 노력이 중요하다.
박종수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 회장 jamespark@kcani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