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출입은행(행장 황기연)이 장애 예술의 가치와 가능성을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를 통해 포용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했다.
수출입은행은 '제3회 가능성의 예술, 에이블아트를 만나다' 전시 개막식을 개최하고, 장애 예술가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인식 전환과 문화적 공감 확산에 나섰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확장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장애' 아닌 '가능성'···에이블아트가 던지는 메시지
이번 전시는 '에이블아트(Ableart)'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에이블아트는 장애를 '불가능(disable)'이 아닌 '가능(able)'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예술로, 장애를 결핍이 아닌 또 다른 창의성과 표현의 원천으로 바라보는 문화예술 운동이다.
이날 행사에는 황기연 수출입은행장, 차순호 감사, 안종혁 전무이사 및 임직원들과 김주현 (사)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이사장(에이블업 대표), 성미숙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박정실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장병용 사단법인 에이블 아트센터 이사장, 김현철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김정빈 시각장애 국가대표, 김상용, 이우주, 임경식, 김다혜, 박세준 작가 등이 참석했다.
197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장애 예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경험과 감정, 삶의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아르브뤼(Art brut)'적 특성과 결합해, 기존 예술의 틀을 넘어선 독창적인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이번 전시는 이러한 에이블아트의 철학을 바탕으로, 장애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황기연 행장 “Impossible에서 I'm possible로의 전환”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은 개막 인사에서 에이블아트의 본질을 '가능성의 발견'으로 정의했다.
황 행장은 “오늘 우리가 만나는 에이블아트의 진정한 힘은 '임파서블(impossible)'이라는 단어 속에서 '아이엠 파서블(I'm possible)'을 찾아내는 과정”이라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보다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협력과 에너지가 더해질 때 비로소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이번 전시가 '불가능'이 아닌 '가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예술이라는 언어로 사회의 장벽을 허물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포용의 장”이라며 “장애는 세상을 누구보다 독창적으로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이자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황 행장은 “수출입은행은 앞으로도 금고미술관을 통해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더 넓은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 공간이 편견을 녹이고 공감을 만들어내는 문화의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대표 “전시는 사회와 예술을 잇는 '코다'”
전시를 주관한 김주현 대표는 '코다(CODA)' 개념을 통해 이번 전시의 사회적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코다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세상을 연결하는 존재로,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번 전시 역시 사회에서 그러한 연결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능이 있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장애 예술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통로”라며 “이 전시가 작가들의 예술성이 편견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자립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출입은행의 지원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작가들에게 자부심을, 관객들에게는 인식의 전환을 선물하는 일”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삶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참여 작가들의 작품 세계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장애 유형과 삶의 경험을 지닌 작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김상용 작가는 생후 6개월 무렵 소아마비를 앓은 이후 자유롭게 뛰놀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영도 바다와 풍경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노동자의 표정과 삶의 현장을 담아내는 그의 작업은 강한 현실성과 생동감을 전달한다.
이우주 작가는 한지 위에 스며드는 채색 기법을 활용해 보이지 않는 파동과 생명의 본질을 표현한다.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것'이라는 개념을 통해 내면의 고요와 균형을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임경식 작가는 19세 오토바이 사고로 전신마비를 겪은 이후, 입으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을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림은 그에게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통로가 되었고, 작품 활동을 통해 자립과 성취감을 쌓아가고 있다.
김다혜 작가는 어린 시절 뇌전증 이후 발달장애를 겪었지만, 오히려 더욱 풍부해진 창의력을 바탕으로 따뜻하고 위로가 담긴 작품을 선보인다. 일상의 감정을 부드럽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며 관객과 정서적으로 소통한다.
박세준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동물을 소재로 강렬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의 작품을 제작한다. 사자, 호랑이, 물고기 등 다양한 동물을 통해 생명력과 즐거움을 표현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음악으로 확장된 협업···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
개막식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에이블 뮤직 그룹'의 축하 공연도 이어졌다.
에이블 뮤직 그룹은 2010년 창단된 체임버 앙상블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음악으로 소통하는 통합 예술의 상징적인 팀이다. 이날 무대에는 바이올린 박준형·이경원, 첼로 장미솔·이정현, 더블베이스 이준영, 클라리넷 최지원·황남규, 피아노 조시은 등 총 8명의 연주자가 참여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자폐성 발달장애 연주자들이 포함돼 있으며, 전문 연주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연주자들이 하나의 음악으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은 예술이 가진 포용성과 확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이번 행사는 예술이 장르와 경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전시의 메시지를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했다.

“장애를 넘어 공감으로”···예술이 만드는 변화
이번 전시는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새로운 시선의 출발점'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불가능'이라는 단어 속에서 '가능'을 발견하는 과정, 그리고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경험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주최 측은 앞으로도 장애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예술을 통해 사회적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가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사회를 연결하고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한편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최하고, (사)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사장 김주현), 에이블업이 공동 주관하는 제 3회 '가능성의 예술, 〈에이블아트〉를 만나다'는 오는 5월 4일까지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1층 금고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