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동남아 초국경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 '아세안 파워그리드'에 향후 10년간 13조원을 투입한다. 한국 에너지 업계에 '동남아판 에너지고속도로' 시장 진출 기회가 열린 셈이다. 설계·조달·시공(EPC)부터 전력기자재·스마트그리드까지 전 주기 수출 기회가 한꺼번에 확대될 전망이다.
ADB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역내 전력·송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동남아 에너지 지역연결 기금(RCF)'을 출범시켰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밝혔다.
'아세안 파워그리드'는 2045년까지 동남아를 하나의 통합 전력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역내 7억 인구를 대상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을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DB는 향후 10년간 최대 10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입해 송전망 연결, 국가 전력망 현대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기금은 타당성조사(FS), 기본설계, 금융구조설계 등 '사업준비 단계'를 집중 지원해 민간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 시공을 넘어 초기 설계·엔지니어링·금융 구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김준범 서울과기대 교수는 “한국의 전력 기자재, 설계·조달·시공(EPC), 스마트그리드 기술 경쟁력을 고려할 때 수주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초고압 송전(HVDC), 변압기, 전력망 운영 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연계된 사업도 새로운 기회다. 동남아는 태양광·풍력·수력 자원이 국가별로 편중돼 있어 국가 간 전력망 연결이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발전-송전-운영을 아우르는 통합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의 패키지형 진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전력 수요는 2050년까지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화석연료 중심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기술 수요가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다.
ADB는 이번 기금을 통해 사업의 '투자 가능성'을 높이고 다자개발은행(MDB), 민간 투자자, 각국 정부 자금을 결합하는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ASEAN 인프라 펀드(AIF) 산하에서 운영되며, 호주·캐나다·유럽연합·독일·영국 등이 초기 재원 조성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민관협력형(PPP) 프로젝트 역량을 강화해 수주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는 '동남아판 에너지고속도로'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전력 시장 통합과 재생에너지 확산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면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추진 중인 한국은 민관이 협력해 'K-전력인프라 모델' 수출을 확대할 전략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