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업계가 올해 수출 확대를 통한 성장 돌파구 마련을 선언했지만, 해외 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렸다. 중동 사태로 인한 환율 상승과 고유가 등 대외 변수가 겹치며 비용 부담이 확대되자, 업계에서는 수출 확대 대신 비용 절감을 검토하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류비와 원가 부담으로 유업계 수출 확대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해상 운임 변동성이 커지면서 물류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원가 부담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원유뿐 아니라 치즈 등 원부재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데 이어 포장재 비용까지 영향을 미치며 제조 원가가 높아지고 있다. 유제품 특성상 원부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이러한 비용 상승은 수익성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유업계는 타 식품업종 대비 대외 변수에 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라면이나 스낵, 음료 등은 이미 글로벌 생산 및 유통망을 구축하며 수출 비중을 확대해왔지만, 유제품은 짧은 유통기한과 냉장 유통 부담으로 대표적인 내수 산업으로 꼽힌다. 최근 내수 시장 포화로 그나마 유통기한이 긴 분유나 가공 음료 등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시도 중이다. 남양유업은 올해 아세안과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분유와 단백질 음료 수출 확대 전략을 강조했다. 매일유업 역시 중국을 비롯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 공략을 선언한 바 있다. 저출산과 흰 우유 소비 감소 등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내수 중심 구조를 탈피하고 본격적으로 수출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전환이다.
현재 해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각 사 202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근 2년간 수출액이 감소세를 보이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대에서 4%대로 축소됐다. 매일유업은 수출 비중을 5% 수준까지 끌어올렸지만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유업계는 수출 확대 전략 초기 단계에서부터 중동사태라는 외부 변수에 발목이 잡히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물류 불안과 포장재 수급 리스크까지 겹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 등 보수적인 대응 전략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중심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지만, 현재와 같은 대외 환경에서는 공격적인 확장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라면이나 스낵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았지만, 유제품은 한 자릿수대인 수출 비중을 이제 막 키우려는 단계라 수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에 유업계가 체감하는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면서 “포장재 이슈 등 사태 장기화로 타격이 커진다면 마케팅 비용 축소 등 현실적인 비용 효율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