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정보교과,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서 '인공지능(AI) 수업'이 한창이다. 챗GPT에 질문을 입력해 보고, 이미지 생성 도구로 그림을 만들고, AI 스피커와 대화해 보는 활동들이 '인공지능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교사들은 열심히 준비하며, 학부모들도 기대의 눈으로 지켜본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이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AI가 '왜' 그런 답을 내놓는지 이해하게 되었을까?
도구를 쓸 줄 아는 것과 그 도구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자동차를 운전할 줄 안다고 해서 엔진 원리를 안다고 할 수 없듯, AI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AI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늘날 초등 AI 교육이 맞닥뜨린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금 '사용'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가르쳐야 할 것은 '이해'와 '사고'다.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CT)이란 복잡한 문제를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그 안에서 패턴을 발견하며, 해결 절차를 논리적으로 설계하는 사고 방식이다.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라, 컴퓨터가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이다. 이 개념은 2006년 카네기멜런대학교의 지넷 윙(Jeannette Wing) 교수가 컴퓨팅 사고력을 정보교육의 핵심 개념으로 다시 부각한 이후, 전 세계 정보교육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컴퓨팅 사고력이 AI 교육과 연결되는 지점은 명확하다. AI, 특히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분류하고 패턴을 추출하며 예측을 반복·수정하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이는 컴퓨팅 사고력의 핵심 요소인 추상화, 패턴 인식, 알고리즘 설계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다시 말해, 컴퓨팅 사고력은 AI를 단순히 '쓰는' 능력이 아니라 AI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의 토대가 된다. 뿌리 없이 줄기를 세울 수 없듯, CT 없이는 진정한 AI 교육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초등 정보교과에서 컴퓨팅 사고력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정보 수업은 3~6학년군에 걸쳐 총 34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6년간 고작 34시간이다. 이 가운데 17시간은 실과 교과 내에 포함되고, 나머지 17시간은 별도 교과 시수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채 학교 자율 운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규 교과로서의 위상과 명확한 운영 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채 학교장 재량에 크게 맡겨진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AI 강국'을 말하면서도 그 기초가 되는 정보교육이 여전히 정규 교육과정의 중심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분명한 한계다.
더 큰 문제는 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 수업의 방향이 도구 체험 위주로 편중되는 경향이다. AI 서비스 써보기, 코딩 블록 조립하기 같은 활동이 주를 이루다 보니, 데이터를 어떻게 구성하고 분류하는지, 규칙 기반 판단과 학습 기반 판단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리즘이 왜 오류를 범하는지와 같은 '개념적 이해'는 뒷전으로 밀린다.
결국 아이들은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AI를 사용하되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의 수동적 소비자로 성장하게 된다. 물론 AI 도구를 직접 활용해 보는 경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경험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으려면, 사용 경험이 원리 이해와 사고력 확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세계는 이미 방향을 잡았다. 해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2014년부터 초등 단계 초기부터 'Computing' 교과를 필수화하며, 단순한 디지털 활용을 넘어 컴퓨팅 사고력과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CSTA K-12 Computer Science Standards 역시 학년군별로 컴퓨팅 사고력의 발달 경로를 구조화해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도 초·중등 단계에서 AI 및 정보교육을 강화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사례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AI 교육은 단순한 도구 활용 교육이 아니라, 문제를 구조화하고 원리를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사고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초등 AI 교육이 진정한 힘을 갖추려면 다음 세 가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시수 확대와 함께 내용 재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도구 체험 위주의 내용이 반복된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데이터 분류, 패턴 인식, 알고리즘적 사고, 간단한 머신러닝 개념 등 CT와 AI를 연결하는 핵심 내용 요소를 교육과정에 명시적으로 담아야 한다.
둘째, 교사의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현장 교사들이 CT와 AI의 개념적 연결을 이해하고 이를 수업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도구 활용 연수가 아닌, 교육과정 설계 역량 중심의 연수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아가 교원 양성 단계에서부터 CT 기반 AI 교육 역량을 갖춘 교사를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AI 교육의 목표를 '최신 도구를 빠르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것'으로 분명히 재정의해야 한다. 정책 목표에 '도구 활용'과 '원리 이해'를 구분하여 명시하고, 평가와 교과서 개발 방향도 이에 맞게 정렬되어야 한다.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오늘 가르친 도구는 내일이면 구버전이 된다. 그러나 문제를 분해하고, 데이터에서 패턴을 읽고, 해결 절차를 논리적으로 설계하는 힘은 어떤 AI가 등장하더라도 낡지 않는다. 컴퓨팅 사고력은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오래 남을 교육의 자산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AI 체험의 나열이 아니라, 더 깊이 사고하고 더 정확히 이해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초등 정보교육의 방향은 그 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한국정보교육학회에서는 이러한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고 초등 정보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유·초등학교 정보교육과정을 자체 개발하여 배포한다. 상세 교육과정은 한국정보교육학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