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취약성지수, 장기평균 상회…중동·AI 거품 리스크 잠재”

Photo Image
[사진=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대해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자산 가격 상승으로 중장기 금융불균형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공지능(AI) 거품 경계감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기 금융불균형 축적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2025년 4분기 말 48.1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주택가격과 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장기평균인 45.4를 웃돈 수치다. 단기적인 시스템 불안 수준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2월 기준 15.3으로, 내림세를 멈추고 주의 단계(12~24)에 머물렀다.

가계신용은 증가세가 둔화하며 소득 대비 채무상환 부담이 소폭 완화됐다. 2025년 4분기 중 가계신용은 주택관련대출이 7조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이 0.7%로 하락했다. 처분가능소득 증가로 인해 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39.8%로 전 분기(140.9%)보다 떨어졌다. 기업대출은 비은행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율(2.2%)을 이어갔으나, 연체율은 장기평균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자산시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주식시장은 반도체 수요와 정부의 자본시장 개선 노력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중동 상황 발생 이후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가상자산 시장도 지난해 10월 이후 가격이 급락하며 위축됐다. 국내 투자자의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2025년 12월 말 기준 81조7000억원으로 그해 9월 말(112조6000억원) 대비 30조원 넘게 급감했다.

부동산시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가 뚜렷했다. 수도권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 방침 등으로 주택가격 상승 폭이 축소됐으나, 비수도권은 미분양 물량이 올해 1월 말 기준 6만7000호에 달하는 등 부진이 이어졌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의 명목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023년 정점 이후 하향 추세지만 여전히 100%를 상회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은 예금취급기관을 중심으로 개선됐으며 복원력도 양호했다. 일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5년 4분기 말 0.41%로 장기평균(0.89%)을 밑돌았다. 다만 저축은행(8.10%)과 상호금융(5.93%) 등 비은행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매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연체 수준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정책 결정 시 물가와 성장뿐만 아니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리스크,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중동 사태 장기화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취약 요인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