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1부)·스탠다드(2부)'로 나누는 리그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코스닥 안에서 우량기업과 부실 우려 기업이 한 시장에 섞여 있던 구조를 손질해, 성장성과 신뢰도를 갖춘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장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서 코스닥 시장을 세그먼트로 나누고 승강제를 운영해 기업 성장과 시장 역동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당국이 이번 개편에서 내세운 핵심은 단순한 구분이 아니라 시장의 '질'을 바꾸는 데 있다. 금융위는 지난 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 이후 부실기업 시장 퇴출 본격화를 자본시장 체질개선의 한 축으로 제시했고, 코스닥도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구조 개편 대상으로 명시했다. 상장사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업이 시장에서 더 쉽게 구별되고 재평가받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프리미엄 세그먼트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 성숙기업 중심, 스탠다드는 일반 스케일업 기업 중심, 관리군은 상장폐지 우려나 거래 위험 기업을 별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번 개편안은 코스닥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를 손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스닥은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과 한계기업이 혼재돼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종목 선별 비용이 크고, 시장 전체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량기업도 시장 전반의 저신뢰 구조에 함께 묶이며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반복됐다. 프리미엄 리그는 우량기업을 시장 안에서 더 선명하게 구분해 보여주고, 투자 자금이 이런 기업군으로 더 쉽게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거래소는 이미 비슷한 실험을 해왔다. 한국거래소는 2022년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하며 재무실적과 시장평가, 지배구조 등이 우수한 기업을 별도 세그먼트로 지정했다. 신규 지정 기업은 시장평가와 재무실적, 지배구조, 기업건전성, 회계투명성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지정 후에도 연 1회 유지 심사를 받는다.
다만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역시 우량 혁신기업을 선별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시장 전체 자금 흐름을 바꿀 정도의 제도로 자리 잡았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 때문에 당국은 기존 글로벌 세그먼트가 우량기업을 따로 보여주는 선별 장치였다면, 이번 리그제는 시장 자체를 프리미엄·스탠다드·관리군으로 재편하고 승강제까지 붙이는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프리미엄 세그먼트 기업에 대해 성숙한 혁신기업에 걸맞은 엄격한 진입·유지 요건을 요구하고, 지배구조와 영문공시도 도입할 방침이다. 프리미엄 시장을 단순한 1부 명칭이 아니라 기관과 해외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업군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자금 유입 통로도 넓힌다. 프리미엄 세그먼트 안에서 최상위 대표기업 중심 지수를 새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연계 ETF 도입도 지원한다. 상장사 분류체계 개편에 그치지 않고 프리미엄 기업군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투자 상품까지 함께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해외 주요 거래소들도 기업 특성과 성장 단계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위는 미국 나스닥,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독일 도이체뵈르제, 일본 JPX 등은 세그먼트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상위 세그먼트에는 엄격한 요건과 함께 지수 편입, 영문공시 등 차별적 혜택과 의무를 부여한다.
결국 이번 리그제 논의의 핵심은 코스닥을 '상장기업이 많은 시장'에서 '좋은 기업이 돋보이는 시장'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있다. 좋은 기업은 더 키우고, 부실하거나 위험한 기업은 별도 관리하거나 신속히 퇴출시키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시장 신뢰도도 회복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세그먼트도 코스닥을 발전시키기 위했던 조치”라며 “코스닥 1·2부 분리 역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하반기에 차질없이 운영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