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오일 쇼크' 현실화…호르무즈 봉쇄에 주유소 폐쇄·원전 재가동 대혼란

라오스 주유소 40% 폐쇄-미얀마 연료 배급제 시행
대만 탈원전 포기 원전 재가동…각국 재택근무·수요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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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오일 쇼크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주유소가 대거 문을 닫고 일부 국가는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을 결정하는 등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원유 공급 차질로 라오스에서는 전국 주유소의 약 40%가 문을 닫았다. 현지 매체는 전국 2500여 개 주유소 가운데 1000개 이상이 폐업하면서 연료를 구하려는 오토바이와 차량이 길게 줄을 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라오스 정부는 학교 수업일을 주 3일로 줄이고 공무원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등 비상 조치에 들어갔다. 캄보디아 역시 주유소의 약 3분의 1이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에서는 농업과 일상생활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은 쌀 수확 시기를 맞았지만 벼 베는 기계와 운반 트럭에 사용할 연료가 부족해 농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유소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유가 상승으로 필수 소비재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태국에서는 장례 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부분 사찰에서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경유 부족으로 시신 화장이 중단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한 사찰 주지는 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상황은 더욱 심각해 차량을 격일로 운행하는 2부제를 이달 초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이 두 배로 오르자 군사정권은 연료 배급제까지 도입했다.

대만은 에너지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지난해 비핵 국가를 선언했던 대만 정부는 신베이시와 핑둥현의 원자력 발전소 두 곳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의무 석유 비축량이 약 90일 분량이며 현재 비축량은 100일이 넘지만 중동 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원전 재가동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급등 초기 가격 통제로 대응하던 각국 정부가 결국 수요 억제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는 공급 확대만으로는 이번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며 재택근무 확대와 대중교통 이용 등 수요 억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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